임성재(22)는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의 우승 확정 순간을 맞이하고 옆에 있던 캐디를 덥석 끌어안았다. 이 동양계 캐디는 우승 인터뷰에서 임성재의 한국말을 유창하게 통역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특급 신인이었던 임성재의 첫 우승을 도운 캐디는 바로 선수 출신 캐나다 교포 앨빈 최(27)다.
2일(한국시간) 임성재가 혼다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공식 인터뷰장. 앨빈 최는 임성재 못지않게 많은 질문을 받았다.
앨빈 최는 "임성재와 알고 지낸 지는 3년 정도 됐다. 콘페리 투어에서 같이 플레이했고 콘페리 투어 파이널 시리즈 때 처음 얘기를 몇 마디 나눴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졌고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이후 혼다 클래식 캐디를 찾는다는 전화를 받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앨빈 최는 이 코스에도 능통했고 한국어에도 능통했다.
앨빈 최는 "언어적으로 전 캐디들과 힘든 부분들이 있어서 내가 백을 들면서 수월하게 경기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선수로서 이 경기장에서 플레이한 경험이 있다. 임성재가 이 코스에 대한 경험이 많은 캐디를 찾고 있었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그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출신의 앨빈 최는 2012년 US 아마추어 선수권 16강에 오른 기록이 있고, 2013년 프로로 전향했다. 프로 전향 후 PGA 2부 투어 카드를 획득해 이후 캐나다 투어(맥킨지 투어)와 PGA 2부 투어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앨빈 최는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에서 콘페리 투어 파이널 스테이지 경기를 했고 그로 인해 콘페리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앨빈 최는 "이 코스가 얼마나 어려운지 또 어떻게 작전을 짜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고, 이 대회가 주는 중압감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나의 경험이 오늘 (임)성재에게 조언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같은 선수로서 어떤 부분에서 고민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될 얘기를 해줬고 임성재 선수가 계속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우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임성재와 동반 플레이를 펼치며 준우승까지 오른 매켄지 휴스(캐나다)도 "주니어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앨빈과 함께해 정말 재밌었다"며 "내 생각엔 그가 캐디를 더 할 것 같기도 한데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 앨빈 최는 휴스의 결혼식에서 휴스의 들러리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목 부상에서 회복되는 동안 캐디를 맡은 앨빈 최는 완쾌되면 선수 생활을 재개할 계획이다. 앨빈 최는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데 필요한 것을 로프 안에서 봤다.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