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메이저 대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500만 달러) 17번홀(파3)은 TPC 소그래스의 시그니처 홀이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아일랜드 그린으로, 매해 수천 명의 관중이 홀을 에워싸며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한다. 경기의 승패가 결정되는 중요한 장면이 이 홀에서 많이 연출되는 것도 하나의 인기 비결이다.
PGA 투어 통산 7승 중 4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거둬 '메이저의 사나이'라 불리는 브룩스 켑카(미국)는 유독 이 홀에서 약하다. 2014년부터 17번홀에서 총 15오버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플레이한 선수 중 가장 안 좋은 기록이다. 다음으로 안 좋은 기록은 자크 블레어로 9오버파로 켑카보다 6타나 낮다.
켑카는 10일(한국시간) PGA 투어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홀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아마 최근 몇 년간 17번 홀에선 내가 최악의 플레이어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켑카는 “소그래스에서 그 홀만 빼면 다 괜찮다. 17번홀에 티잉 에어리어에만 서면 두려움이 앞선다. 하나도 안 즐겁다. 물에 3~4번 빠진 것 같다. 다른 17개 홀은 즐기면서 칠 수 있는데, 그 홀만은 아니다”라고 밝힐 정도다.
17번홀은 지난 17년간 150야드 이하 파3홀 중에서 가장 어렵게 플레이됐다. 2003년 이후 공식 대회에서 17번 홀 티 샷 중 10.8%가 물에 빠졌다. 짐 퓨릭(미국)은 “그린이 꽤 큰 편이고 그리 어려운 샷이 아니지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라는 중압감과 그린의 강도 때문에 대회 때는 평소와 다른 그린이 된다. 그린 뒤편의 6~8야드는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거기에 공이 떨어지면 무조건 물에 빠진다. 이런 공간을 빼면, 그린이 작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홀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17번홀 플레이는 마지막 18번홀 플레이에도 영향을 준다. 켑카는 18번홀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17번 홀의 기억이 그의 집중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18번홀에서 사흘 내내 파만 기록했다. 17번홀 때문이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18번홀을 플레이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공을 준비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 홀에서 극적인 명장면이 나오는 예도 있다. 그중 하나가 2001년 3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의 18m 더블 브레이크 퍼트다. 일명 ‘Better than Most’로 불리는 이 장면은 중계 캐스터 개리 코크가 중계 중 외친 이 말과 함께 최고의 장면으로 남았다.
2015년 리키 파울러(미국)의 마지막 라운드도 인상 깊다. 파울러는 최종 라운드 17·18번홀 연속 버디를 통해 연장전에 들어갔고, 연장전 17번홀에서 두 번의 버디로 우승을 차지하는 명승부를 선보였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사진=PGA 투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