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이사회는 집행 임원 중 공석이던 수석 부회장 자리에 회장이 지명한 김순미를 앉히는 데 동의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의 고리를 끊고 완벽한 새로운 물갈이인가를 놓고 골프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KLPGA 총회에서 강춘자 전 수석 부회장이 사내 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수석 부회장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협회의 모든 의사를 결정하는 이사회의 멤버 자격은 유지하고 있다.
결국 이것을 놓고 한쪽에서는 “과거 수렴청정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라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춘자 전 수석 부회장은 KLPGA 1호 회원으로 한국 여자 골프의 입지전적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실 이번에 새롭게 선출된 이사를 비롯해 기존 사내 이사 중에는 (선진 협회라고 그들은 생각하는)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의 행정이 최고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JLPGA가 선수를 얼마나 대우해주는지 아느냐며 우리나라는 일본 협회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도 말한 적이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하나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나라의 협회를 말이다.
그렇게 주장하면서도 정작 그들은 회원의 복지나 사무국 직원들의 환경에는 무관심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몇 년 전 KLPGA 이사회에서는 사무국 직원들의 월급을 인상하는 안건이 올라오자 모 사내 이사가 “우리 골프 연습장 프런트 여직원이 받는 정도만 주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한 적도 있었다.
그들의 인식이 이렇게 구태의연하다. 그러면서 세계 3대 투어를 지향한단다.
KLPGA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외부 기업인을 협회 회장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협회를 운영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외부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중계권료로 챙기는 수익만 수십억 원에 이르지 않던가.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연히 서류상 분리된 사단법인 KLPGA와 주식회사 KLPGT를 따로 운영해야 할 시점이 이미 도래했다.
비영리 단체인 사단법인 KLPGA의 회장 자리에는 협회 회원 출신이 앉더라도 투어를 관장하는 주식회사 KLPGT의 대표 이사 자리에는 전문 경영인(커미셔너)이 앉아야 한다.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으로 투어를 확장해나가야 한다. 만약 일정 수익을 내지 못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책임을 물어 끌어내리면 된다.
현직 사내 이사 중 한 명도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하는 게 맞고 우리도 그것을 알고 있다. 다만 실행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자리 지키기만 연연하는 일부 회원 출신 사내 이사들의 행정 놀음이 한국 여자 프로 골프 발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한국 여자 골프는 세계 최강이다. 이제 그에 걸맞은 행정력을 발휘할 때다. 똑똑한 사람이 리더의 자리에 앉아 진두지휘해야 할 시기다.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