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이 별세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고진영은 5일(한국시간) LPGA 투어를 통해 할아버지와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공개했다. 별세한 할아버지와의 애틋함 등이 담겼다.
고진영의 할아버지 고익주 씨는 지난 2018년 별세했다.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을 앞뒀던 고진영은 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듣고 급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조부상을 치렀다.
고익주 씨는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 고진영은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이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고진영은 LPGA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의 기억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모습을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채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고통스럽다. 또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이 힘겨운 시간을 마주하는 것은 더 그렇다. 가장 큰 팬이었던 할아버지는 알츠하이머병과 맞서 싸우며 말년을 보냈다. 잔인한 도둑이 매일매일 조금씩 할아버지의 기억을 빼앗는 일은 슬프고 지켜보기 힘들었지만, 병마에 맞서 싸우는 할아버지의 용기와 위엄을 보며 오히려 큰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진영은 할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지어줬다며 "KLPGA 신인 시즌인 2014년 슬프지만 할아버지는 함께 있을 때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이전처럼 친절하고 온화했지만 가족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은, 내가 TV에 나타났을 때 할아버지께서 나를 기억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TV로 골프 대회를 보시며 내가 방송에 나올 때마다 나를 응원했다고 한다. 그 덕분이었는지 나는 KLPGA에서 열 번 우승했고, 할아버지는 우승 장면을 TV로 지켜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고진영은 조부상을 치른 이후의 이야기도 전했다. 고진영은 "미국으로 돌아온 후 롤렉스 올해의 신인상 소감 연설을 포함해, 남은 기간 영어로 내 의사 표현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항상 나를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내 가장 큰 팬이었던,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진영은 "모든 팬이 스코어보드의 숫자나 진열장의 트로피보다 ‘인간 고진영'을 더 많이 봐주길 바란다. 나는 누군가의 친구이자 딸이며 손녀 그리고 골퍼다. 만일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봐준다면 내 인생과 선수로서의 삶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사진=Gabe Roux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