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이정은(24)은 올해 여유가 넘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멈췄으나 국내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대회가 없는 날에는 '명랑 골프'로 웃는 일이 많아졌다. 덕분에 골프가 재밌어졌다. 그가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법이다.
이정은은 28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채리티오픈 1라운드에 나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7언더파 단독 선두 이소영(23)과는 2타 차 공동 2위. KLPGA 정규투어 7번째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스코어다.
대회 첫날을 마친 이정은은 "오늘 5언더로 마무리한 것에 만족한다"며 "마지막 홀 3퍼트로 한 타 잃은 것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경기 내용이 좋았다. 남은 3라운드에서 오늘 플레이 내용을 기억하면 좋은 성적 나올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은은 지난해 LPGA 투어에 진출해 단번에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그는 2년차인 올해 상승세를 잇지 못하는 아쉬움을 국내 투어에서 풀고 있다. 2주 전 국내에서 개막한 KLPGA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꾸준히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를 마친 뒤에도 롯데칸타타여자오픈, S-오일 챔피언십,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 모두 출전한다.
실전 감각을 익히려는 목적도 있지만, 요즘은 골프가 즐겁다. 특히 이정은은 어렸을 때부터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 탓에 생계형 골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나중에 레슨 프로라도 해서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골프채를 놓지 않았다. 그에게 골프는 직업이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랬던 이정은이 "LPGA 투어 대회가 잠정적 중단한 상태에서 KLPGA 투어 대회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젠 골프를 생각하면 미소가 번진다. 이정은은 "요새 골프 치는 기분이 너무 좋다"며 "원래 내가 원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일로 다가왔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쉬는 동안 친구들과 '명랑 골프'를 하며 조금 더 골프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골프라는 것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어서 대회도 재밌고 즐겁게 나서고 있다"며 웃었다.
골프를 대하는 태도는 변했지만 최근 샷 감은 좋지 않았다. 그는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부터 안 되는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대회 종료 후 연습장에서 알게 됐다"면서 "그때 알아낸 것을 이번 대회에서 계속 적용해 고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습장에서는 잘 나오는 스윙이 꼭 코스에서는 나오지 않는다"며 "원하는 스윙을 구현해 코스에서 그 스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퍼트에 대한 자신감은 더 얻었다. 그는 "요즘 퍼트가 많이 좋아졌는데 그린 스피드와 라인 읽는 법 등 기술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만족했다.
이정은은 이날 마지막 9번홀(파4)에서 투온에 성공한 뒤 스리 퍼트로 보기를 기록했다. 9번홀 그린을 빠져 나온 그의 한 마디는 아쉬움이 아닌 긍정의 메시지였다. "아직 3일이나 남았잖아요?" 달라진 이정은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천=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