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즐기니까 마지막까지 체력이 남아서 그런가."
김효주(25)가 달라졌다. 한때 슬럼프를 겪던 그의 모습은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표정은 밝고 뒷심은 다시 강해졌다. 즐기는 자의 여유다.
김효주는 지난 7일 제주도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서 약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역전의 여왕' 김세영(27)과 연장 승부 끝에 짜릿한 우승을 거뒀다. 김효주는 2주 뒤 열린 내셔널 타이틀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에서 다시 뒷심이 살아났다.
김효주는 20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5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1개로 막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1~3라운드 합계 9언더파를 기록한 김효주는 12언더파 단독 선두 유소연(30)에 3타 뒤진 단독 3위로 올라섰다. 경기를 마친 김효주는 "3라운드에서 실수를 많이 하지 않았다"며 "후반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마지막까지 경기가 잘 풀린 것 같아 만족스러운 라운드였다"고 밝혔다.
2016년 이후 한동안 힘겨운 시절을 보냈던 김효주는 지난해부터 샷 감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한 김효주는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을 세 차례 차지하며 상금 랭킹 10위에 올랐고 평균 타수 부문에서는 고진영(25)에 이어 2위(69.41타)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김효주가 최근 달라진 건 자주 볼 수 있는 미소다. 코로나 19 사태로 대회가 미뤄질 때도 동료 선수들과 허물 없이 라운드를 즐겼다. 특히 같은 롯데 소속인 최혜진(21)과 '밥값 내기' 라운드를 자주 했다고. 그는 "사실 라운드 끝난 뒤에는 서로 집에 가기 바빠서 밥을 산 적이 없다"며 웃었다. 김효주는 3라운드에서 최혜진과 같은 조로 플레이하며 마크를 놓고도 옥신각신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효주는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를 자신감으로 꼽았다. 그는 "생각한 샷이 하나하나 될 때마다 자신감이 생겨서 더 좋은 기운을 얻는 것 같다"며 "스윙이 더 좋아지고 그런 것은 아닌데 심리적으로 편안해지니까 샷이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골프를 재밌게 하고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마지막까지 체력이 남아 뒷심도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챔피언조에 합류해 유소연, 오지현(24)과 함께 우승 레이스를 벌인다. 김효주는 "잘 치는 선수들 사이에 이름이 올라가 있어 일단 기분이 좋지만 마지막 날은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할 것 같다"며 "우승은 누가 할 지 모르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플레이를 하면서 찬스가 왔을 때는 놓치지 않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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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조직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