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에너자이저가 방전됐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굵직굵직한 대회들을 제패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장하나(28)가 올해는 다소 조용했다.
올 시즌 상반기 7개 대회에서 톱 텐 한 번에 컷 탈락 두 번. 상금 랭킹 39위로 썩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장하나의 이름값에 비하면 어딘가 좀 모자란다.
장하나가 하반기부터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장하나는 31일 제주시의 세인트포 골프 앤드 리조트(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3개를 엮어 4언더파 68타를 치고 중간 합계 9언더파 135타로 공동 3위에 오르며 모처럼 선두권에 올랐다. 단독 선두 유해란(19)과 3타 차.
2라운드 후 취재진과 만난 장하나는 "골프를 20년 쳤고 대회 출전 경력이 거의 19년이 돼 가는데 이렇게 오래 쉰 게 처음이다. 많이 나태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회가 연달아 취소되면서 예정보다 2개월을 더 쉬었다.
장하나는 "베트남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2월 중순에 한국에 들어왔다. 전지훈련이 끝나고 샷감이 최고로 올라왔는데 대회가 연달아 취소되면서 혼란이 오고 나태해져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나이가 스물아홉이다. 어린 선수들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치지 않으려고 체력 훈련을 많이 했다. 또 체력을 아끼기 위해 쇼트게임이 필수여서 쇼트게임 연습도 많이 했다. 하반기에 희망이 있으니 희망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하나는 이날 전반 9개 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잡으며 5타를 줄였지만, 후반 홀에서 오히려 1타를 잃어 아쉽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장하나는 "날씨가 덥고 전반에 몰아쳐서 그런지 후반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후반에 마음을 놨던 게 독이 됐지만 그래도 남은 2라운드를 치르는 데는 약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나는 우승 욕심이 없는 선수 중 한 명"이라며 "우승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지만 그래도 행복한 골프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꾸준한 플레이에 신경 쓰고 있다"며 "3라운드에선 오후에 경기하게 될 텐데 햇볕이 뜨겁기 때문에 해를 덜 받는 쪽으로 옷을 밝게 입겠다. 후반까지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근 고진영(25), 박인비(32), 최나연(33), 유소연(30) 등 많은 여자골프 선수들이 유튜브를 시작한 가운데, 가장 유튜브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장하나가 왜 유튜브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조회 수, 구독자 수 압박을 아직은 받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이어 "배기성 씨랑 친분이 있어서 최근 라디오 싱글벙글쇼에 출연했다. 골프 선수는 이동 시간이 길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를 많이 들었다. 여자골프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됐고 실시간 검색어 1위도 됐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갑자기 늘었다. 미디어의 힘이라는 걸 알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을 기분 좋아지게 하는 에너자이저 장하나가 돌아왔다.
[chuchu@golfdigest.co.kr]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