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백 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이다.” 타이거 우즈가 남긴 말처럼 골프공은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장비다. 지름 4.3cm, 무게 45g에 불과한 골프공은 첨단 과학의 결정체다. 주원료는 고무. 온도와 습기 등 환경에 따라 성능이 바뀔 수밖에 없다. 온도 차에 따른 골프공의 변화를 극단적으로 실험했다. 상식을 깨는 결과다.
골프는 자연과의 싸움이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한 골프장은 변화무쌍한 환경에 놓여 있다. 라운드 도중 악어를 만나기도 하지만 가장 큰 변수는 날씨다. 40℃가 넘는 푹푹 찌는 한여름이나 0℃ 이하의 한겨울 골프는 물론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휘날려도 골프는 계속된다. 자연환경을 극복하는 것 또한 골프의 진정한 묘미 중 하나다. 골프공은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날아가기 위해 변덕스러운 환경에 정면으로 맞서 뒹군다.
합성고무가 주원료인 골프공은 특히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 특히 표면 재질은 온도 차에 따라 변형될 가능성이 높다. 골프업계에 알려진 정설은 ‘골프공이 고온에서 더 멀리 나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드라이버 신제품 테스트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골프공의 표면 온도를 상온보다 약간 올려 23~24℃로 맞추기도 한다. 이상적인 골프공 표면 온도에서 2~3야드의 비거리 증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궁금증이 발동했다. 이보다 더 낮거나 높은 온도의 환경에서는 골프공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골프업계를 수소문했으나 이와 관련된 자료는 없었다. 캘러웨이는 골프공 표면 온도가 아닌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테스트 사례가 있었으나 온도 차가 심하지는 않았다. 캘러웨이 테스트에서는 외부 기온 18℃에서 드라이브 비거리 2~3야드 손실이 생겼고 10℃일 때보다 32℃일 때 7~8m의 비거리 증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캘러웨이 관계자는 “미국 본사에 따르면 온도와 고도가 높아질수록 골프공의 퍼포먼스가 잘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호 ‘GD 실험실’은 골프공 표면 온도 차에 따른 변화 테스트다.
▲ 고온에서 더 멀리 나간다?
골프공 표면 온도 차에 따른 테스트는 인천테크노파크 스포츠산업기술센터(KIGOS : Korea Institute of Golf & Sports)에서 스윙 로봇을 활용해 진행했다. 캘러웨이 에픽 드라이버(샤프트 강도 6S)를 장착하고 헤드 스피드는 95마일, 페이스 각도는 0도, 어택 앵글은 3도로 맞췄다. 골프공은 캘러웨이 크롬소프트 X 3세대를 사용했다. 김광혁 KIGOS 연구원이 포어사이트의 GC쿼드로 샷 데이터를 집계해 결과를 도출했다.
골프공 표면 온도 테스트를 위해 세 가지 환경 조건을 만들었다. 표면 온도는 열화상 카메라와 레이저 적외선 온도계로 측정했다. 이상적인 비거리를 제공하는 상온 21~23℃를 기준으로 10~12℃의 저온과 38~40℃의 고온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는 놀라웠다. 기존 상식을 깨는 데이터가 집계됐다. 저온에서는 오히려 비거리 변화가 거의 없었고 고온으로 오를수록 비거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온의 골프공은 평균 드라이브 총 비거리 239m를 기록했고 저온의 골프공도 239m로 동일했다. 볼 스피드와 백스핀양 변화도 미미했다. 평균 캐리 거리는 저온의 골프공이 2m 감소했으나 구름이 더 많아 동일한 총 비거리를 나타냈다. 상온과 저온의 골프공은 발사각에서도 평균 11.8도로 차이가 없었다.
반면 고온의 골프공은 차이가 컸다. 총 비거리는 상온과 비교해 11m나 감소한 228m로 집계됐다. 캐리 거리도 10m 줄었다. 볼 스피드는 상온의 145.4마일보다 2.8마일 감소한 142.6마일을 기록했고, 백스핀양은 고온일 때 2993rpm으로 상온의 2662rpm보다 331rpm 증가했다. 발사각도 11.2도로 상온보다 0.6도 낮게 측정됐다. 볼 스피드의 감소와 백스핀양의 증가가 비거리 감소로 이어진 결과다. 골프공의 표면 온도를 50℃ 이상으로 높이자 드라이브 총 비거리는 상온에 비해 약 20m나 감소했다. 정리하면 골프공의 표면이 적정 온도 이상으로 오를수록 비거리가 급격히 감소했고 저온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 다른 흥미로운 테스트를 진행했다. 고온의 골프공을 다시 저온으로 낮춰 동일한 조건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총 비거리는 평균 233m까지 회복하는 데 그쳤다. 고온과 저온의 온도 차를 심하게 겪은 골프공에 변형이 생겼을 가능성이 컸다.
▲ 파우치 속이 안전해
이번 테스트는 실효성을 위해 추가 조건을 만들었다. 더운 날씨에 골프공을 차 안에 보관할 경우를 가정했다. 한여름보다 무덥지 않은 6월의 낮 기온 27℃에서 약 2시간 보관한 골프공의 표면 온도를 측정했다. 차 내부 온도는 52℃까지 상승했고 골프공의 표면 온도는 44℃까지 치솟았다. 파우치에 보관한 골프공의 표면 온도도 40℃를 기록했다. 골프 카트도 무더위에는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내부 온도가 상승한다. 특히 앞좌석 선반 위 보관함은 뜨겁게 달궈져 차 내부 온도와 비슷한 환경에 처할 수 있다.
골프공 브랜드에서 추천하는 보관 장소는 비교적 서늘하고 볕이 들지 않는 곳이다. 타이틀리스트는 “너무 더운 차량 내부 혹은 습기가 많은 곳에 보관하는 것은 골프공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겨울에는 주머니와 같은 따뜻한 곳에 보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테스트 결과 약 10℃의 저온에서 골프공의 성능 저하가 크게 나타나지 않아 카트 내 실온에 두거나 파우치에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다만 손으로 골프공을 쥐었을 때 따뜻한 정도의 온기를 느낀다면 비거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조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