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에 걸쳐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만난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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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에 걸쳐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만난 타이거
  • 인혜정 기자
  • 승인 2020.11.0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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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벌의 그린 재킷 그리고 그것보다 훨씬 즐거웠던 기억
타이거 우즈와 짐 낸츠

마스터스를 가을에 갤러리 없이 치른다는 사실에 몰두한 나머지 다들 올해가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타이거 우즈는 1995년에 처음 이 대회에 참가했다. 11월 12일 목요일 1번홀에서 그의 이름이 울려 퍼지면 25주년을 맞게 된다. 

그동안 나는 운이 좋게도 그를 여러 번 인터뷰했다. 다섯 벌의 그린 재킷을 막 차지하거나 자신의 뒤를 이어 챔피언이 된 선수에게 재킷을 입혀주는 버틀러 캐빈에서 자주 만났다. 

그 사이에 그의 생각과 시각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해진 나는 지난 인터뷰를 뒤져서 특히 인상적이던 대화를 간추렸다.

1995. 4. 4 화요일 19세
Q. 골프를 시작하려는 흑인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당신 생각은 어떤가? 
A. 나는 흑인뿐 아니라 전반적인 소수인종 또 아이들을 도우려고 늘 노력한다. 왜냐하면 모두를 돕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인종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가능한 범위에서 모든 사람을 도우려고 노력한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다. 중요한 건 그런 태도라고 생각한다.

1997. 4. 13 일요일 21세
Q.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최초 흑인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이기도 하다. 그런 점이 당신에게 남다른 의미일 텐데? 
A. 큰 의미가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겠지만 나는 선구자가 아니다. 찰리 시퍼드, 리 엘더, 테디 로즈, 이런 이들이 길을 닦아준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처음에 골프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Q. 오늘도 그들을 생각했나? 
A. 물론이다. 밤새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이 나와 이 골프라는 게임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했다. 18번홀에 올라갈 때 짧은 기도를 했다. 그들에 대한 감사 기도였다. 그들이야말로 이 모든 걸 해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001. 4. 8 일요일 25세
Q. 역사적인 의미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타이거슬램이 골프 역사에서 차지하는 순위는 어느 정도일까? 
A. 아마 골프의 중요한 순간 가운데 하나 정도는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짧은 선수 인생에서 이룰 수 있었던 모든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운이 참 좋았다. 몇몇 순간에 행운이 따라준 덕분에 멋진 일이 일어났고 무엇보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나를 지원하고 응원해준 훌륭한 사람들이 곁에 있어준 덕분이었다.   '

Q.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부모님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분이 코스에 나와 있는 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A. 부모님이 그곳에 있는 모습을 보는 심정은 정말 특별했다. 어쩌면 1997년만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아버지가 심장 수술을 받은 해이기 때문이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2002. 4. 14 일요일 26세
Q. 오늘은 그린 재킷을 향한 여정과 어린 시절의 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 그런 꿈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오거스타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1986년에 잭이 17번홀에서 퍼트하는 장면이다. 그때 나는 열 살이었다. 그건 정말 대단한 플레이였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저 팔을 치켜들고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정말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나는 4월만 되면 이 대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005. 4. 10 일요일 29세
Q. 네 번째 그린 재킷을 차지하게 됐다. 아널드와 4승으로 동률이고 잭은 6승인데 이제 당신도 두 거물과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 얘기를 듣는 이 순간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A.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와 오늘 이 얘기를 나눴다. 운이 좋아서 우승한다면 그걸 아버지에게 바치자고 했다. 아버지도 여기(오거스타)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건강이 나빠 코스에 나와서 즐기지는 못한다. 이 모든 결과물은 아버지 덕분이다.  

2019. 4. 14 일요일(위 사진) 43세
Q. 타이거, 버틀러 캐빈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 18번홀 그린에서 터져 나온 반응과 당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 뜨거운 열기. 그때 무슨 생각을 했나? 
A. 오늘 그곳에 내 아이들이 있었다. 원을 한 바퀴 그린 기분이었다. 1997년에는 아버지가 여기 있었고 오늘은 내가 아빠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벅찬 기분이었다. 두 우승 사이의 간격이 내 생각엔 22년인가? 긴 시간이다. 이 모든 게 현실이 아닌 것만 같다. 어머니도 그곳에 있었다. 어머니는 1997년에도 여기 있었고 이보다 더 행복하고 신이 날 수가 없다. 정말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글_짐 낸츠(Jim Nantz)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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