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박민지(23)는 스스로 멘탈이 강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박민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민지만큼 정신력이 좋은 선수도 없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역사를 써가고 있는 박민지가 멘탈의 원천은 어머니라고 밝혔다.
박민지는 11일 경기 파주시의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시즌 6승째를 달성했다.
올 시즌 11개 대회에 출전해 6승을 쓸어 담은 박민지는 상금 11억2804만7500원을 모아, KLPGA 투어 역대 최단 기간 6승과 상금 11억원을 돌파하는 역사를 썼다.
박민지의 이러한 성공 뒤에는 어머니 김옥화 씨의 강한 정신력을 빼놓을 수 없다. 김옥화 씨는 1984년 LA 올림픽 핸드볼 은메달리스트다.
박민지는 지난 4일 끝난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컷 탈락을 당한 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치고 공동 2위에 올랐다.
그는 1라운드 후 "멘탈 트레이닝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엄마가 '체력 훈련할 때 웨이트를 더는 못 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한 번을 더하거나, 스쾃을 20개까지밖에 못 하겠는데 5개를 더하는 버티는 그 정신력이 멘탈 훈련이 된다'는 얘기를 하셨다. 엄마의 그 말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제 못해, 끝이야'라고 생각하는 극한의 순간에 한, 두 개를 더하는 게 진짜 정신력에서 나오는 것이더라. 골프에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컷 탈락 후 출전한 대회 1라운드에서 바로 7언더파 맹타를 휘두르더니 우승까지 차지한 박민지에게 우승 공식 인터뷰에서도 강한 멘탈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박민지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구박(?)을 받으며 골프를 했다"고 웃으며 소개했다.
그는 "다른 부모님은 연습장에 자녀를 데려다주고 그냥 가시는데 우리 엄마는 항상 어딘가에 계셨다. 연습하면 '그렇게밖에 못해!?'라고 소리를 치셨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훈련해 왔기 때문에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민지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31)의 "99도까지 죽을힘을 다해 온도를 올려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은 끓지 않는다"는 말에 굉장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닝머신에서도 죽을 것 같지만 목표한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참는 거다. 그게 멘탈 훈련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박민지의 체력 훈련을 지도하는 팀 글로리어스의 전익주 헤드 트레이너는 "민지 어머님에 대해 높이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올림픽 정신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진천 선수촌 국가대표 선수들 운동하는 걸 보면 눈물을 흘릴 정도다. 골프 선수들은 그에 비하면 시즌 중 대회가 많기 때문에 체력 훈련을 많이 못 하는 편"이라며 "민지 어머님은 올림픽 국가대표 정신력, 프로 의식이 있으시고 민지가 거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도 있다.
박민지는 이날 공식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나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편이었다.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까?', '1부 투어에 갈 수 있을까?', '우승은 할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도 샷감은 늘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연습하면서 내공이 쌓였고 안에 있던 잠재력이 올해 폭발하고 빛을 발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한 시즌 최다승인 신지애(33)의 9승(2007년)에 도전하고, 멀리는 KLPGA 투어 최다승 고(故) 구옥희, 신지애의 20승도 꿈꾼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