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은 최근 몇 년간 54홀 선두의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정은6(25)도 에비앙 챔피언십의 제물이 됐다.
이정은은 25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를 기록, 이민지(호주)와 연장 대결을 벌인 끝에 패했다.
이정은은 3라운드까지 5타 차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예약한 듯했지만, 최종 라운드 전반 9개 홀에서 4타를 잃고 무너지면서 예상외의 전개를 이어갔다.
전날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역사가 보여준 바와 같이, 이정은은 상당한 우위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차지할 거라는 확신에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골프위크 또한 최근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의 5타 차는 큰 격차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특히 코스가 매우 까다로운 에비앙 챔피언십은 54홀 선두에게 우승까지 허락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2019년에는 3라운드 선두 김효주(26)에게 4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고진영(26)이 승부를 뒤집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김효주는 14번홀(파3)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해 아쉬움을 삼켰다.
2018년 우승자인 앤절라 스탠퍼드(미국)는 54홀 선두였던 에이미 올슨(미국)과 5타 차 열세를 극복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에도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가 선두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에 5타 뒤진 상황에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고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브리트니 올터마레이(미국)와 연장 승부를 펼쳐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대회까지 최근 4년간 54홀 선두가 우승을 차지한 사례가 없다.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하는 건 상상 이상의 압박감이 든다. 특히 메이저 대회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나서는 것보다 쫓아가는 것을 선호하는 선수가 많다.
백스윙을 교정 중이라 스윙이 편하지만은 않고 거기에 선두라는 압박감까지 더한 이정은은 최종 라운드 전반부부터 흔들렸다.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고 쾌조의 출발을 하는 듯했으나, 이후 샷과 퍼트가 모두 난조를 보여 3~5번홀 3연속 보기에, 8~9번홀 연속 보기로 4타를 잃었다.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흐름을 바꾼 이정은은 막판 16~18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더하며 이민지와 연장전까지 가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연장 첫 홀(18번홀, 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물에 빠트리는 실수를 범해 버디를 잡은 이민지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이민지는 메이저 대회 최대 타수 차 타이 기록인 7타 차 열세를 극복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2006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카리 웹(호주)과 1983년 LPGA 챔피언십(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패티 시핸(미국)이 7타 차를 뒤집고 우승한 바 있다.
이정은은 "전반에 워낙 샷과 퍼트가 안 돼 실수하지 않을 곳에서 실수를 많이 했다. 그래도 마지막 세 홀 버디를 만들어 연장전에 간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연장전에선 투온이 되는 홀이어서 충분히 버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힘들어서 미스 샷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지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정말 오래 기다렸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우승하기 위해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