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김수지(25)가 시드 순위전을 치르고 온 힘든 기억을 발판 삼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수지는 5일 경기도 용인의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KLPGA 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 시드전을 다녀온 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약이 됐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16개 대회에서 9번이나 컷 탈락하며 상금 순위 84위에 그친 김수지는 올 시즌 시드 확보에 실패해 지난해 11월 시드전을 치렀다. 시드전에서 6위에 올라 다시 정규투어 시드를 획득한 그는 115번째 대회 만에 감격스러운 첫 우승을 이뤘다.
그는 "1부 투어에서 내려올 뻔한 처지였다. 되든 안 되든 내가 고집하던 골프를 다 바꿔서 다시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스윙, 골프에 대한 생각, 골프를 대하는 태도, 대회에 임하는 자세 등 모든 걸 바꿨다"고 소개했다.
이어 "플레이 스타일도 과감하게 바꿨고 구질도 페이드에서 드로로 바꿨다. 그동안은 쇼트게임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는데 거리도 늘이려고 노력했다. 살도 찌우고 몸도 불렸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지난해 225~230야드에 그쳤던 비거리를 15~20야드가량 늘일 수 있었다.
김수지는 "무엇보다 시드전에 갔을 때 후원사인 동부건설에서 끝까지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다. 정말 감사해서 꼭 보답하고 싶었는데 이렇게나마 보답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라고 밝혔다.
1, 2라운드 모두 선두를 유지하며 1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선 김수지를 따르는 추격자는 이소미(22), 이가영(22), 박민지(23), 박현경(21), 장하나(29)로, 정말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었다.
그는 "뒤에 있는 선수들이 따라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뻔한 얘기지만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스코어보드를 아예 보지 않았고 뒤에 쟁쟁한 선수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뒤를 보지 말자고 되뇌며 경기했다"라고 말했다.
15번홀까지 이소미에게 1타 차로 추격당한 김수지는 16번홀(파3)에서 티 샷을 핀 3m 거리에 보내 버디를 잡으며 첫 우승 희망을 부풀렸다.
김수지는 "(이)소미가 3홀 연속 버디를 해서 1타 차로 따라왔다는 건 짐작했다. 16번홀에서 버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핀을 바로 보고 쳤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어머니에게 우승하고 오겠다고 했다며 "워낙 이 대회를 기다려왔고 좋아하는 코스이기 때문에 왠지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음 마음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한 뒤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또한 김수지는 "어제 이승현 언니가 전화해 '잘할 수 있으니까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치라'고 말해줬다. 도움이 많이 돼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3라운드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날 부진해 2위를 기록했던 김수지는 "항상 마지막 날 잘 못 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불안함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1승을 했으니 2승도 도전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