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드라마 같을 수는 없다. 치열한 올해의 선수 경쟁을 펼치는 고진영(26)과 넬리 코르다(23·미국)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세계 랭킹 1·2위이자 올해의 선수 랭킹 1·2위 코르다와 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하며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들은 올 시즌 나란히 시즌 4승을 거두고 있다. 코르다가 올해의 선수 포인트 191점으로 1위, 고진영이 181점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진영이 우승하면 코르다의 성적과 관계없이 올해의 선수에 오르고, 2위를 기록하면 코르다는 10위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고진영이 2위를 하고 코르다가 9위에 자리하면 공동 올해의 선수가 된다.
고진영은 3라운드 후 올해의 선수상을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면서 "코르다가 굉장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우승해야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2019년, 2020년에 이어 3년 연속 상금왕까지 차지할 수 있다.
미국 골프채널은 "고진영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이 대회에 출전하면서 많은 압박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왼쪽 손목 통증으로 경기 전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경기 후 손목 얼음찜질과 진통제를 먹으며 통증을 참고 있고 그러면서 좋은 경기까지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 3라운드에서는 그린 적중률 100%를 기록했고 이날 3라운드에서는 2~8번홀에서 7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고진영은 "샷을 하면 핀에 붙고 퍼팅하면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버디를 하고 다음 홀에서 또 버디를 하고 그렇게 7번을 반복해 정말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고진영의 뒤 조에서 경기한 코르다는 "(고)진영에게 있어선 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코르다는 이날 기복 있는 경기를 펼치고도 공동 선두를 수성했다.
11번홀까지 3타를 줄이던 코르다는 12번홀(파3)에서 칩 샷을 준비하던 중 클럽으로 살짝 공을 건드리고 말았다. 코르다는 경기위원을 불러 상황을 설명했고 경기위원은 당시 영상을 돌려본 뒤 코르다의 공이 원위치로 돌아갔기 때문에 벌타를 주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게 했다. 그러나 코르다는 이 홀에서 보기를 범해 고진영에게 3타나 뒤처졌다.
이후 코르다는 장기인 장타력을 발휘해 고진영을 따라잡았다. 14번홀(파5)에서 3번 우드로 3m 이글 기회를 만들었고 2퍼트로 버디를 잡았다. 17번홀(파5)에서는 9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해 핀 오른쪽 1.2m 거리에 정확하게 보내 이글을 낚았다.
단숨에 공동 선두로 올라선 코르다는 "온종일 퍼팅 때문에 고전했고 샷도 생각처럼 잘 안 되었다. 그러나 이글이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라운드에서는 한 샷 한 샷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르다와 고진영은 공동 선두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함께 오는 22일 오전 0시 35분부터 챔피언 조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여자 골프 최다 우승 상금인 150만 달러(약 17억8000만원)를 놓고 54홀 공동 선두인 올해의 선수 1, 2위가 시즌 최종전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하다니. 이보다 더 드라마 같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