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5승을 거둔 고진영(26)이 "당장 도쿄 올림픽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도쿄 올림픽에 대해 아쉬움을 보였다.
고진영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타오카 나사(일본), 넬리 코르다(미국),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고진영은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경기를 펼친 뒤 "마지막 18번홀 그린에서 2타 차 선두인 걸 알고 있었다. 2타 차 하타오카가 버디를 잡아도 내가 2퍼트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에만 5승을 거둔 고진영은 이번 우승에 10점 만점에 8점을 주며 "월, 화요일조차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손목 통증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흘 동안 플레이를 아주 잘했다. 내가 어떻게 샷과 퍼팅을 이렇게 잘했는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이날 전반 9개 홀에서 버디만 6개를 뽑아내며 일찌감치 경쟁자들과 격차를 벌려 선두를 달렸고 후반 9개 홀에서도 버디 3개를 추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공동 선두가 4명이고 뒤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쫓아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반 9개 홀에서 많은 버디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2, 13번홀까지는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았지만 함께 경기한 넬리와 나사가 플레이를 잘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나도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고 싶었다"면서 "어제부터 퍼팅감이 정말 좋았다. 첫 홀에서 먼 거리 버디를 잡으면서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고 돌아봤다.
이번 우승으로 코르다를 제치고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한 고진영은 "넬리도 올 시즌 정말 잘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메이저 우승을 포함해 4승을 기록할 정도로 대단한 한 해를 보냈다. 넬리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그보다 운이 조금 더 좋아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2년 전에 이어 또 한 번 이 상을 받게 되어 정말 영광이다. 이 상을 받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특히 넬리와의 경쟁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승, 올해의 선수상 등의 경쟁으로 인해) 코스에서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저 다른 선수들보다 잘하고 싶었을 뿐이다. 10년 만에 나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인 63타를 기록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2019년에 이어 올해도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며 한국 선수 최초로 두 번이나 이 상을 차지한 것에 대해서는 "그 사실은 처음 알았다"며 "기쁘고 영광스럽다. 특히 LPGA 투어에 좋은 한국 선수들이 많은데 내가 최초로 그 기록을 세우게 되어 정말 영광이다"고 밝혔다.
고진영은 올해 5월부터 이번 대회까지 손목 통증을 겪었고 시즌 초에는 할머니가 별세하는 등 유독 힘든 시즌을 보냈다. 그로 인해 올 시즌 가장 큰 목표였던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공동 9위에 머물렀다.
그는 "이번 시즌에 손목 부상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우승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조금은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밝힌 뒤 "5~7월 손목 상태가 좋지 않았고 특히 도쿄 올림픽에서는 최악이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도쿄 올림픽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손목 통증으로 인해 웜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4라운드에서 그린 적중률 100%를 기록했고 1라운드부터 66개 홀 연속 그린을 지키는 플레이를 펼쳤다.
고진영은 "나도 놀랐다"면서 "오늘 63타를 쳤고 지난 이틀간 100% 그린 적중률을 기록했다(기록상은 사흘간이다). 내 아이언은 최고인 것 같다. 나 말고 골프채 말이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손목은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통증이 생긴 것 같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별세한 할머니에 대해서도 떠올리며 "올해 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는 정말 실의에 빠져 있었다. 내가 다시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를 극복하고 올해 5번이나 우승했다. (4승을 기록하고 올해의 선수상, 베어 트로피, 상금왕을 싹쓸이한) 2019년보다 더 달콤하다"면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다시 LPGA 투어에 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훌륭한 캐디, 매니저 등 나의 팀이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나의 훌륭한 동기부여다"고 말했다.
할머니와 통화할 수 있다면 할머니가 뭐라고 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내 생각에 할머니가 울고 계실 것 같고 '퍼트 잘했어'라고 말씀해주실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대단한 한 시즌을 마무리한 고진영은 곧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고진영은 "우승 상금 150만 달러(약 17억8000만원)로는 부모님과 소소하게 쇼핑하고 저축할 것"이라며 "이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다. 아직 내년 일정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놀라운 한 해를 보냈고 5번이나 우승한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