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환경이 아닌 골프공 온도가 낮아지는 것만으로도 성능 변화가 있을까.
이번 ‘GD 실험실’에 골프공을 다시 꺼낸 건 호기심의 확인 차원이었다. 지난달 우리는 ‘골프공도 추위를 탈까’라는 주제로 취재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점을 발견했다. 골프공 제조업체에 따라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달랐기 때문이다.
골프공이 낮은 기온에 노출되면 비거리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하지만 비거리 손실 원인이 골프공 자체 온도가 아닌 낮아진 공기 온도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공기에 비해 밀도가 높아 골프공에 가해지는 양력과 항력에 모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큰 저항이 발생해 비거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프공 자체 온도 변화에 따른 영향은 정말 없을까.
골프공의 주원료는 고무다. 낮은 온도에서 복원력과 탄성이 떨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에 앞서 지난해 우리는 여름 골프 특집으로 온도 차에 따른 골프공의 성능 변화를 테스트했다. 이 실험은 높은 온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골프공의 표면 온도가 38~40℃일 때 비거리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10~12℃로 테스트한 저온의 골프공은 비거리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실험에서는 극단적으로 골프공의 온도를 낮췄다. 약 12시간 동안 골프공을 냉동실에 보관한 뒤 테스트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했을 때 골프공의 표면 온도는 4.5~4.7℃로 나타났다. 단순히 표면 온도만 낮춘 것이 아니라 골프공 내부 코어까지 온도를 낮춘 실험이었다. 또 커버 소재와 컴프레션에 따른 변화를 체크하면서 골프공의 성능을 테스트했다.
테스트는 인천테크노파크 스포츠산업기술센터(KIGOS)의 스윙 로봇을 활용해 포어사이트의 GC쿼드로 샷 데이터를 집계해 결과를 도출했다. 골프공은 컴프레션을 표기해놓은 스릭슨 Z-스타 XV(우레탄, 4PC), Z-스타(우레탄, 3PC), Q-스타(우레탄, 3PC), 소프트 필(설린, 2PC)을 사용해 비교 테스트했다.
스윙 로봇 테스트에 앞서 온도 변화에 따른 압축 변위(압축을 가했을 때 위치의 변화량)와압축 강도(컴프레션)를 체크했다. 낮은 온도의 골프공은 확실히 단단해졌다. 200파운드(약 90kg)의 압축 하중을 가했을 때 공의 압축 변위는 0.051~0.14mm로 줄었고, 압축 강도도 3~7로 높아졌다. 설린 소재 소프트 필의 압축 변위가 가장 큰 차이를 나타냈다. 압축 변위가 클수록 부드러운공이다. 반면에 압축 강도의 변화는 있었지만, 컴프레션에 따른 상관관계를 찾기는 힘들었다. 분명한 사실은 낮은 온도가 골프공을 변형시킨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우리는 스윙 로봇을 활용해 성능을 테스트했다. 헤드 스피드 100mph 기준으로 드라이버 샷을 했을 때 일반 골프공과 저온 골프공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낮은 온도의 골프공은 대체로 백스핀양이 증가하면서 비거리 손실이 발생했다. 볼 스피드가 1.3~1.7mph 줄었고 캐리 거리는 3.4~6.8m 감소했다. 가장 적은 차이가 발생한 공은 설린 소재의 컴프레션이 가장 낮은 소프트 필이었다. 유일하게 백스핀양이 감소했고 볼 스피드는 1.3mph, 캐리 거리는 3.4m 손실로 가장 적게 발생했다.
이번 테스트 결과만으로 커버 소재와 컴프레션의 상관관계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공기 온도가 낮아진 영향 외에 골프공 온도가 낮아지는 것만으로도 성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나타났다.
추가로 휴먼 테스트 결과를 진행한 결과 얼어붙은 골프공의 타구감과 타구음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블라인드 테스트로도 체감할 정도로 타구감은 단단하게 느껴졌고, 타구음도 딱딱한 공을 때리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드라이버 샷뿐 아니라 퍼팅을 할 때도 매우 불쾌한 타구음으로 구름의 차이가 발생했다. 추운 날씨에 방치한 골프공을 사용하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실험 결과였다. 김광혁 KIGOS 연구원은 “골프공 성능은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번 테스트만으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골프공이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 성능 저하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