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31)은 지난해 겹경사를 맞았다. 5월 생애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7월에는 첫 딸 유나 양을 얻었다. 딸이 태어난 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PGA 투어 메이저 대회 디 오픈에도 출전하지 않았던 이경훈은 "아침에 연습하러 나갈 때 딸과 떨어지기가 힘들더라"며 딸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이경훈은 5일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딸이 생긴 뒤 처음 맞은 비시즌에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을 받고 "올랜도에서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건 비슷하다. 단지 좀 다른 게 있다면 연습하러 나갈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에 딸과 떨어지기가 힘들어 집 밖을 나가는데 전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에는 연습 끝내고 집에 와서도 핸드폰, 게임을 하다가 잠들었는데 이제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잔다. 나보다는 당연히 아내가 더 힘들 것이다. 나는 딸과 매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연습을 하다 보면 힘들 날도 있고 잘 안 되는 날도 있다. 그럴 때 집에 와서 고민도, 실망도 많이 하고 자신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딸이 생긴 뒤에는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집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졌고 딸, 가족을 더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점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7일 하와이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열리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로 새해 첫 대회를 시작하는 이경훈은 가족들과 함께 대회장에 도착했다. 특히 이 대회는 전년도 우승자들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여서 더 의미가 크다. 이경훈은 지난해 5월 AT&T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 PGA 투어에 데뷔한 지 약 3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는 "TV로는 많이 봤고 너무나도 나가고 싶었던 대회에 나와서 영광이다.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대회장에 왔다. 기분 좋게 새해를 시작하는 느낌"이라며 "지난해 10월에 조조 챔피언십을 끝내고 한국에서 20일 정도 쉰 뒤 올랜도로 와 연습을 많이 했다.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지만 일관성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보여서 보완하려고 아이언 연습을 많이 했고 전체적으로도 많이 연습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새해 첫 대회여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2022년을 잘 시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회장은 뷰가 정말 장관"이라며 "코스가 넓고 길어서 보는 맛이 있다. 티 샷이 부담스러운 코스는 아닌데 바람이 많이 불 때가 있어서 그 점이 변수다. 그 변수를 잘 관리한다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이 적게 불 때 타수를 많이 줄이고 바람이 불 때는 타수를 지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훈은 "우승하기 전에는 시드 문제 등으로 매 대회 불안하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지금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심적으로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다. 기분 좋게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지난해처럼 우승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고 우승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바랐다.
이경훈은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이달 내에 이어지는 PGA 투어 소니 오픈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에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새벽에 안 주무시고 PGA 투어의 한국 선수들을 응원해주시는 한국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우승도 많이 하고 좋은 플레이를 해서 시청자들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이경훈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