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알고 있어 더 재밌게 플레이 했다.”
고진영(27)은 3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총상금 17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그는 선두 패티 타바타나낏(태국)과 2타 차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고진영에게 여러모로 중요하다. 시즌 시작을 알리는 첫 대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3개 기록 경신이 걸려있다. 가장 주목 받는 것은 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기록이다.
지난해에도 이 기록에 도전했지만 BMW레이디스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끊겼다. 그러나 그는 곧장 기록을 다시 쌓아갔고,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세운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기록에 금세 가까워졌다.
고진영은 이날 경기로 12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하면 15라운드 연속으로, 소렌스탐이 보유하고 있는 최다 연속 라운드 기록을 갈아치운다.
또 고진영은 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 달성도 앞두고 있다. 이날 3언더파를 작성하며 26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에비앙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부터 언더파 행진 중인데 최다 기록은 소렌스탐이 갖고 있는 28라운드 연속 언더파다. 이 기록 역시 이번 대회에서 뛰어넘을 수 있다.
기록 경신, 세계 랭킹 1위 유지 등 갖은 압박 속에서 대회를 시작한 고진영은 하마터면 기록 경신을 이어가지 못할 뻔 했다. 전반 파3 홀에서 두 차례 모두 공이 해저드에 빠지며 경기가 어렵게 풀렸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4번홀(파3)에서 더블보기, 7번홀(파3)에서는 보기를 범했다. 5번홀(파5)과 8, 9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타수를 지키기는 했지만 해저드에 두 번이나 빠지며 멘털이 흔들릴 법했다. 특히 고진영은 60대 타수, 언더파 기록 등 부담을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진영은 후반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3번홀(파5), 15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2타를 줄였다. 2언더파 70타. 60대 타수를 기록하기에는 한 타를 더 줄여야했고, 18번홀(파5) 5m 가량 버디 퍼트를 남겨놨다. 고진영이 침착하게 굴린 공은 홀을 지나치듯 가다 우측으로 살짝 돌아 홀에 들어갔고, 3언더파 69타로 라운드를 마쳤다.
압박을 이겨낸 비결로 고진영은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반에 공이 물로만 찾아가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전반을 다행히 이븐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집중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라운드를 하면서 마지막 홀 버디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세컨드 샷을 위해 잡은 게 6번 아이언이었다. 롱 아이언으로 붙여서 버디를 해야 하는 게 쉽지 않다. 압박을 가지면서까지 욕심 내서 쳐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기록은 신경쓰지 말고 남은 3일, 마지막 홀은 더 많은 버디를 할 수 있게 집중하자고 마음가짐을 바꿨다. 그랬더니 운 좋게 버디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기록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재밌게 플레이를 했다. 나름대로 동기부여도 많이 됐다. 전반에는 정말 오랜만에 하는 대회다보니 감을 빨리 찾지 못했다. 그래도 후반에 감을 찾은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기록 경신을 위해선 대회 동안 남은 사흘이 중요하다. 또 세계 랭킹 경쟁자 넬리 코르다(미국)가 불참했기 때문에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유리하다. 첫 단추를 잘 꿴 고진영이 어떤 마무리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