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친구 응원 받고 ‘노 보기’ 이채은 “1년만 더 하자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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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친구 응원 받고 ‘노 보기’ 이채은 “1년만 더 하자 했는데…”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2.04.1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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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은2.
이채은2.

프로 데뷔를 ‘꽃을 피운다’고 표현한다. 저마다 개화 시기가 다른데 ’내가 언제쯤 활짝 펼까’ 기다리다 포기하기도 하고 결국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이채은(23)은 만개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18번홀 그린. 이채은이 5m 버디 퍼트에 성공하자 멀리서 지켜보던 어머니는 손뼉을 치며 환호했고, 응원하러 온 열 명 남짓 친구들은 벌떡 일어나 내 일처럼 좋아했다. 

가족, 친구에게 뜨거운 응원을 받은 이채은은 14일 메디힐·한국일보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골라내 5언더파 67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날 ‘노 보기 플레이’는 120명 가운데 이채은과 이기쁨(28) 둘뿐이다.

1999년생 이채은은 시드전을 벌써 세 번이나 치렀다. 2018년 프로에 입단한 그는 2019년 드림투어와 정규투어를 병행했다. 하지만 정규투어 시드를 얻지 못했고, 2020년 드림투어에서 뛰었다. 그해 드림투어 우승도 했던 이채은은 2021년 정규투어에 나섰으나 연속 컷 탈락으로 고배를 마셨고, 시드전(20위)을 통해 정규투어에 다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힘든 시절을 떠올리던 이채은은 “엄마랑 계속 1년만 더 하자, 1년만 하자 했다. 잘 안되니까 너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고 짧게 ‘이것만 하자, 이것만 하자’고 헤쳐 나갔다”고 털어놨다.

정규투어에 다시 오기 전에는 골프를 그만할까 하기도 했다. 9살 때부터 골프만 쳤으니 투어 프로가 아닌 다른 길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이채은은 “엄마랑 나는 그게 아니었다. 그만큼 힘들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새 시즌만큼은 다르다. 2022년에 앞서 안강건설이라는 새 스폰서가 생겼고, 시즌 두 번째 대회 1라운드에서 좋은 성과도 냈다. 이날 유독 샷과 퍼터가 운이 좋으리만큼 잘 됐다는 그는 “작년에는 샷이 너무 안 좋아서 후반쯤 김영수 프로님을 만났다. 전지훈련에서 구질 구사 연습을 많이 한 덕분에 좋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너무 방어적으로 플레이했다. 이번에도 안 되면 그만하면 되니까 과감하게 치자고 생각을 바꿨다. 근데 또 첫 대회에 들어가니까 안 되더라. 그래도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 때는 진짜 과감하게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개막전 후) 며칠 안 됐지만 연습해서 좋아진 것도 있고, 물론 운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채은은 “내가 한번 잘 칠 때는 몰아친다”면서 “내일(2라운드)은 성적이 안 나와도 되니까 오늘 같은 마음으로 과감하게 쳤으면 좋겠다. 올해는 꼭 상금으로 시드를 유지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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