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같다.”
시끌시끌한 분위기, 신나는 음악. 선수들이 그린으로 걸어왔다. 버디 기회를 잡은 장하나(30)가 퍼팅을 시도했고, 관중들은 “버디! 버디!”를 크게 외쳤다. 공이 홀로 쏙 들어가자 장하나는 힘차게 파이팅을 해보였다. 이를 본 관중도 맥주병을 들어올리며 일제히 환호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의 16번홀 콜로세움처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오픈에도 ‘골프 해방구’가 생겼다. 바로 7번홀(파3)에 마련된 ‘롯데 플레저 홀’이다.
KLPGA와 롯데는 정형화된 골프 관람 문화를 탈피하고 골프 팬에게 색다른 갤러리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7번홀을 이벤트 홀로 지정해 운영했다. 선수가 플레이하는 동안 신나는 음악은 물론, 맥주를 즐기며 경기를 볼 수 있다.
실제로 7번홀 관중석 위에 부스를 마련해 맥주를 판매했다. 맥주를 구매하면 막대 풍선을 나눠줘 응원 분위기를 더했다.
피닉스오픈의 콜로세움 마냥 야유가 오가진 않았다. 관중은 선수가 파, 보기를 해도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선수 역시 가만히 지나가지 않았다. 버디를 하면 사인 모자를 주는 상품 외에도 선수가 개별적으로 관중에게 공을 선물하며 응원에 보답했다.
평소 골프장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이 때문인지 한 관중은 “야구장에 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혼자 경기를 보러 온 30대 남성은 “골프를 배운 지 얼마 안 됐는데 프로님이 한 번 가보라기에 갤러리로 처음 왔다. 유럽에 갔을 때 축구장에서 느끼던 분위기라 재밌다”고 말했다.
한 중년 남성은 “원래 산책 삼아서 18개 홀만 싹 돌아보고 중계로 경기를 봤다. 근데 이렇게 꾸며놓으니 앉아서 볼 맛이 난다. 평소에는 어드레스 때부터 가만히 봐야 하는데 여기는 비교적 자유로우니까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맥주를 마시며 관람하던 30대 커플 역시 “골프는 조용히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가까이서 맥주를 마시며 볼 수 있으니 더 재밌고 생각했던 것보다 분위기도 더 좋다”고 전했다.
장하나는 “오늘 7번홀을 정말 기대했다. 어려운 홀에 세팅돼 걱정했지만 관중 분들께 응원을 많이 받아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갔다. 주말에 갤러리가 더 많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