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와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다면…” 엄마 골퍼의 위대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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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와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다면…” 엄마 골퍼의 위대한 여정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2.11.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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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것보다 대회 출전하는 게 낫죠. 육아보다야 골프 하는 게 낫지.”

모든 부모라면 공감할 만한 얘기가 아닐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자식이지만 육아가 워낙 힘들기에 차라리 일을 하겠다는 의미. 쌍둥이 엄마 안선주(35)도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다.

안선주는 2022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었다. 출산 후 아이들이 어려서 주 무대인 일본에서 뛰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쌍둥이 엄마’ 안선주의 첫 시즌은 쉽지 않았다. 부모님이 주중에는 아이를 봐준 덕분에 운동도 하고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었지만 주말에는 육아를 해야 했다. 임신과 출산으로 체중도 늘어 컨디션 관리도 어려웠다.

안선주는 “복귀하는데 시간적으로 여유가 너무 없었다. 훈련도 못 갔고, 이런 상황에서 시즌을 준비할 때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도 초반에는 많이 해서 감을 좀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고 그러다보니 성적이 조금씩 좋아지면서 욕심도 났는데 아무래도 전체적인 준비가 좀 덜 된 게 아쉽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하나를 낳아도 힘들다는데 나는 쌍둥이를 낳았으니 오죽했겠나. 몸 하나는 건강 체질이라 믿고 살았는데도 많이 힘들고 벅찬 것은 사실이더라. 안 아팠던 데도 아파오고, 면역력도 떨어져서 예전에는 감기에 걸려도 금방 나았는데 지금은 감기가 걸려도 되게 오래간다”고 말했다.

강지선 김세은 등 후배들과 함께 찍은 안선주.

그럼에도 안선주는 최대한 KLPGA투어에 나섰다. 워킹맘의 도전이었다. 26개 대회에 출전해 네 차례 컷 탈락하기도 했지만 시즌을 치를 수록 점점 경기 감각을 되찾았고,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챔피언십에선 7위를 기록해 톱10으로 마쳤다. 

안선주는 “마무리를 잘했다”면서 “사실 공백기가 너무 길었다. 옛날에는 최종 라운드를 되게 좋아했다. 근데 지금은 마지막 날에 많이 미끄러진다. 이것 또한 경험이라 생각하면서 플레이하지만 마음이 안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최근 최나연(35)이 은퇴하면서 30대 여성 프로 골퍼들이 하나둘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쌍둥이를 돌봐야 하는 안선주지만 아직 그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안선주는 “사실 2018년 상금왕을 했을 때 은퇴를 계획하고 있었다. 정말 박수칠 때 떠나고 싶어서 은퇴를 계획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2승을 더하면 영구시드가 나와서 주변 분들의 권유를 이기지 못했다. 언제 다시 돌아오고 싶어질지 모르니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9년에 디스크 수술을 하고, 2020년에는 이 몸을 갈아서 가루가 되더라도 뛴 후에 은퇴하고 말겠다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또 그때 마침 아이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JLPGA투어 네 번째 상금왕을 차지했던 2018년 당시 노부타그룹마스터스에서 우승했던 안선주.
JLPGA투어 네 번째 상금왕을 차지했던 2018년 당시 노부타그룹마스터스에서 우승했던 안선주.

주변의 권유로 현역 생활을 이어갔지만 상황이 안선주의 현역 생활을 연장케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 아이들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제 아이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그날을 꿈꾼다. 안선주는 “아이들과 트로피를 든다라. 그렇다면 정말 나는 모든 걸 다 가진 선수가 아닐까. 루키로서 우승도 해봤고, 일본에서도 우승했고, 결혼하고서도 우승했고, 상금왕도 해봤고, 아이와 우승까지 한다니”하고 웃었다. 

그는 “이제 아이들이 좀 컸으니까 더 대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했다. 내년에 끝내고 싶은데 사실 이렇게 된 이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때까지는 못 그만둘 것 같다”며 내년 시즌 활약을 약속했다.

[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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