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홀(파3)에서 김시우(28)가 칩 샷을 시도하려는 찰나 16번홀(파4)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김시우는 개의치 않고 칩 샷을 시도했고, 버디로 연결해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라에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 인 하와이(총상금 790만 달러)에서 정상에 오른 김시우는 17번홀 칩 인 버디를 우승 원동력으로 꼽았다.
김시우는 “플레이가 끝날 때까지도 우승할 지 몰랐다. 칩 인 버디가 극적으로 되면서 할 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17번홀도 쉬운 홀이 아니기 때문에 18번홀에서 버디로 잘 마무리하면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맞아 떨어져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17번홀에서 칩 샷을 하려고 했을 때 뒷 조였던 하일리 버클리(미국)가 버디를 잡아 환호성이 들렸다. 멘탈적으로 흔들릴 법 했지만 김시우는 “환호성이 들려서 버디한 걸 알았다. 나도 잃을 게 없는 입장이니까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들어가는 바람에 내게 흐름이 왔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선두로 시작한 게 아니라 중압감보다 내가 쫓아가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더 부담 없이 경기했다”고 덧붙였다.
김시우의 대범한 플레이는 이번 대회 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서도 전 세계 랭킹 1위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맞대결을 할 때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세리머니를 보이기도 했다.
토머스와 팽팽한 경쟁을 벌이던 때였기 때문에 이를 본 토머스의 표정도 굳어졌다. 그만큼 김시우는 대회 후 인터뷰에서 “긴장했다”고 하지만 평소에도 대범한 플레이를 했다. 이번에도 특유의 대범한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지난해 12월 우승 후 제대로 연습도 못했다는 김시우는 대회 전 3일 동안 열심히 훈련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1~2라운드 때 생각보다 샷은 좋았는데 퍼트가 잘 안 됐다. 그래도 어제부터 샷 감이 좋았고 버디 찬스가 많이 왔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편했고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