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일 때 우승한 게 제 발목을 잡더라고요.”
김시우(28)가 16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 인 하와이(총상금 790만 달러) 우승 인터뷰 도중 루키 시즌을 회상했다. 2016년 본격적으로 PGA투어에 뛰어든 그는 윈덤챔피언십에 이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그 다음 우승하기까지는 4년 가까이 걸렸다. 2021년 1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이번 우승까지 23개월을 기다렸다.
기다린 세월 동안 김시우는 많이 성장했다. 한때는 클럽에 화풀이를 하기도 하곤 했으나 이런 저런 경험을 쌓으며 성숙해졌다고 전했다.
김시우는 “루키였던 해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운 좋게 우승이 따라왔다. 근데 그게 내 발목을 잡았다. 내 스스로 중압감을 갖고 내가 더 큰 선수인 줄 착각했다. 그 이후에는 내 플레이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난 시즌도 좋지 않게 끝났는데 트레버 이멀먼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 단장이 날 뽑아줘서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할 기회를 줬다. 덕분에 좋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었고 그때 멘탈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어떻게 기다려야 하고,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많이 배웠다. 그 경험이 오늘도 우승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시우가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 선봉장 역할을 했던 것처럼 이날 역시 승부처마다 침착한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특히 17번홀(파3)에서 칩 샷을 시도하려던 찰나 경쟁자였던 하일리 버클리(미국)가 16번홀(파4)에서 버디에 성공한 듯 환호성이 들렸다.
흔들릴 법도 했으나 김시우는 침착하게 샷을 시도했고, 정확하게 들어가며 칩 인 버디로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18번홀(파5)에서도 티 샷이 벙커에 들어갔지만 과감한 플레이로 이글까지 노렸다. 결과는 이글이 아닌 버디였지만 덕분에 연장전 없이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김시우는 “1~2라운드 때는 생각보다 샷은 좋았는데 퍼팅이 잘 안 됐다. 그래도 어제부터 샷 감이 좋았고, 버디 기회도 잘 살려서 심리적으로 편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쫓아가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경기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험 속에 성장한 김시우는 아내가 된 오지현(27)과 함께 PGA투어 험난한 일정을 소화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1승 뿐 아니라 시즌 2승도 빨리 찾아오길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