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떨려서 손만 봤다” 아내에게 바치는 첫 승, 이렇게 완벽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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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떨려서 손만 봤다” 아내에게 바치는 첫 승, 이렇게 완벽할 수가
  • 한이정 기자
  • 승인 2023.05.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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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아내가 제 눈치를 많이 봤어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결혼한 지 6개월 된 새신랑 백석현(33)이 21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총상금 13억원)에서 정상에 올랐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백석현은 4번홀(파5) 이글을 시작으로 5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낚으며 우승을 향해 달려갔다. 후반에서도 10번홀(파4)과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더했다. 14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고 17, 18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했지만, 우승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경쟁 상대였던 이태훈(캐나다)도 16, 17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고 이재경(24)은 13번홀(파4)에서 쿼드러플보기, 일명 양파를 기록하며 흔들렸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태국으로 이민 간 백석현은 2008년 아시안투어, 일본투어, 태국투어 등에서 활동했다. 태국투어에서만 5승을 기록한 실력파다. 태국 대표 기업 싱하에서 후원도 받는다.

이철호 휴셈 대표에게 큰절하는 백석현.
이철호 휴셈 대표에게 큰절하는 백석현.

2014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했지만, 그의 주무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2018~19년 군 복무를 마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2021년부터 국내 대회에 나서기 시작했다.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톱10에 든 건 2021년 아시아드CC부산오픈 때 기록한 공동 7위가 전부다. 두각을 보이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SK텔레콤오픈에서는 1라운드부터 내내 선두를 달리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두며 실력을 발휘했다. 

백석현은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행복하다. 이번 주 샷이 정말 좋아 대회 기간 내내 자신 있었다. 아내를 포함해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 이렇게 우승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 기쁘다”고 말했다.

1라운드부터 내내 우승 후보였지만, 한 순간도 우승할 것이란 예상을 하지 못했다. 그는 “홀 바이 홀로 플레이했다. 스코어도, 리더보드도 보지 않았다. 오직 ‘난 1번홀을 하고 있어’, ‘나는 2번홀을 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만 생각하며 플레이했다. 16번홀부터 2타 차 선두라는 걸 알았다. 그때부터 압박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18번홀 벙커 샷. 백석현이 인생 최고의 샷으로 손꼽았다.
18번홀 벙커 샷. 백석현이 인생 최고의 샷으로 손꼽았다.

마지막 퍼트에 성공하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는 백석현은 퍼트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대회 초반에는 공을 보지 않고 홀을 보고 퍼팅하는 ‘노룩 퍼트’를 시도했다. 

그는 “일시적인 방법이다. 사실 수요일 연습라운드 하는 도중 ‘노룩 퍼트’를 시도했는데 잘돼서 이번 대회에 적용해봤다. 또한 다음 주부터는 브룸스틱 퍼터를 쓸 예정이다. 원래 이번 대회에서도 브룸스틱 퍼터를 쓰려고 했는데 규정에 맞지 않아 퍼터를 바꿔서 출전했다”고 얘기했다.

그는 “사실 올 시즌 목표가 결혼한 뒤 아내와 장인, 장모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1라운드부터 TV에 많이 나왔고 우승까지 해 첫 번째 목표는 이뤄냈다. 이제는 1승 그 이상을 거둔 선수가 되고 싶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시드 4년을 받았다. 4년이라는 여유가 생겼으니 스윙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 일단 올해는 국내 투어에 집중할 것이다. 연말에는 해외투어 Q스쿨에 응시할 예정이다”고 다짐했다.

[사진=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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