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전수만 / 취재 협조_체코관광청 한국사무소
네 가지 색 체코 여행기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갈 것인가 만큼 중요한 건 어느 도시에 가느냐다. 체코 하면 프라하부터 떠올리지만, 도시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재미가 있는 곳이 바로 체코다. 한 번의 여행으로 네 도시를 둘러봤다. 체코 철강 산업의 중심 도시이자 오래된 공업도시, 우리에겐 영화 <국제시장>의 촬영지로 더 유명한 오스트라바부터 아름다운 온천 마을 카를로비바리와 마리안스케라즈네 그리고 원래 유럽 최대의 은광과 왕실 조폐소가 있어서 프라하 다음으로 잘나가던 곳이던 쿠트나호라까지. 혼자라면 생각만으로 끝났을 여행이었겠지만 체코관광청의 초대로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체코의 네 도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글_전민선
1 페어웨이 좌우로 번갈아 해저드가 이어진 오스트라비체 전반 9홀. 2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라 지루할 틈이 없는 오스트라비체 후반 9홀. 3 첼라드나 골프장의 베스트 홀인 그린을 에워싸고 있는 파3 아일랜드 홀. 4 인근에 현대자동차 체코 공장이 있어 한국 골퍼들이 많은 첼라드나 골프장.
Ostrava 자연 그대로를 품은, 오스트라바
프라하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행선지인 그랜드 호텔 보헤미아로 향했다. 호텔은 체코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그런데 일행 중 두 명을 제외한 에디터와 포토그래퍼는 다시 레지오제트(RegioJet) 기차를 타고 오스트라바 스비노프 역으로 향했다. 오스트라바? 도대체 거기가 어디야? 솔직히 에디터는 오스트라바가 어디에 있고 뭐가 유명하고 뭐가 맛있는지에 대한 정보 없이 그렇게 무작정 떠났더랬다. 기차에서 약 3시간 30분 동안 폭풍 검색한 끝에 비로소 그곳이 영화 <국제시장>에서 독일 탄광 장면을 촬영한 탄광 박물관이 있는 곳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체코 제4위의 대도시이자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서 있어 한국 사람이 많을 뿐 아니라 오스트라바 내에서 한국은 무척 친숙한 나라라는 것 정도의 정보를 파악했다. 수집한 정보에는 체코 사람들에게 여름 휴가지로 인기 높은 오스트라비체(Ostravice)와 첼레드나(Celadná)가 있다는 것도 포함됐다. 그렇게 우리는 오스트 라바 스비노프 역에 도착했고, 다시 차로 40분을 더 달려야 도착하는 오스트라비체 스키&골프리조트에 다다랐다. 어느 중세 도시와 견주어도 중후함에서 밀리지 않고, 로맨틱함으로 따져도 모자람이 없는 프라하 이외의 체코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곳은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풍경이 그럼처럼 펼쳐져 있어 색달랐다. 우리는 2박을 묵을 리조트에 짐을 풀고 체코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타이 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풀고는 체코 전통 음식을 먹으며 첫날을 마감했다. 체코 전통 음식에 관해 품평을 하자면, 고기로 시작해서 감자로 끝이 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체코에 있는 내내 삼시 세끼 조리법이 다른 육류와 감자를 무한 섭취했다. 훈제 바비큐 요리 콜레노, 큼직한 소고기 덩어리가 담긴 수프 형태의 굴라시, 송아지 고기를 밀가루와 달걀,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낸 슈니첼 등. 덕분에 에디터는 여행 셋째 날, 챙겨간 컵라면 한 개를 정신없이 흡입했다. 그다음 날, 계획대로 오스트라비체 골프장 챌린지 코스에서 18홀 라운드를 돌았다. 국내 골프장과 다른 점은 첫째, 캐디가 없다는 것(체코 내 골프장은 전부 캐디가 없다. 대신 1인 카트를 직접 끌며 홀을 이동해야 한다. 강인한 체력은 필수(자타 공인 ‘저질 체력’의 에디터는 모터가 달린 전동 카트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둘째는 자연경관이다. 국내 골프장을 소개할 때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지형 그대로를 살렸다고 말해온 것에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큼 빼어난 자연경관을 18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었다. 코스는 어떠냐, 이실직고하면 전반 9홀은 멋진 풍광을 감상하고 사진에 담느라 에디터로서의 본분을 망각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걸 끄적거리면 페어웨이 좌우로 번갈아 해저드가 길게 이어져 있어 정확한 에임에 샷의 정확도 또한 높아야 한다는 것. 후반 9홀은 페어웨이가 좁았다가 넓었다가 변화가 많고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라 지루할 틈이 없는 대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공략하기 까다로운 홀은 13번과 14번홀. 13번홀은 파3홀로 그린 앞 왼쪽에 벙커가 있고, 그 옆 페어웨이 폭이 좁아 반드시 원 온을 해야 한다. 파3홀이니까 당연히 원 온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할 이들이 많겠지만 백돌이, 보기 플레이어, 여성 골퍼의 경우는 상황이 다를 수 있음을 경험해서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14번홀은 티 샷 랜딩 지점의 페어웨이 폭이 좁아 반드시 드라이버를 잡을 필요가 없다. 코스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가장 궁금해할 그린피는 1190코루나(월~목), 1390코루나(금~일).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약 5만5000원, 6만4000원 정도다(1코루나=46원). 모토 캐디를 빌리는 건 300코루나이며 카트는 600코루나가 필요하다. 각각 약 1만4000원, 2만8000원이다. 국내에 비하면 무척이나 저렴하다. 이곳 리조트에는 총 36개의 객실이 있다. 두 가지 타입의 스탠더드 객실(테라스 유무에 따른 스탠더드룸, 발코니가 있는 컴포트룸)과 네 가지 타입의 슈페리어 객실(스튜디오룸, 스위트룸, 키친이 없는 타입, 파노라마 스위트룸, 두 개의 스튜디오룸이 있는 타입)을 보유하고 있다. 오스트라바에서의 셋째 날은 첼라드나 골프장, 올드 코스에서 9홀을 돌았다. 이 코스의 특징은 하늘 위로 쭉 뻗은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여 라운드를 돌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오스트라비체 골프장과 뭐가 다르냐! 오스트라비체보다 키가 크고 짙푸른 나무가 많이 서 있다. 코스 난이도도 이곳이 더 높다. 다양한 클럽을 사용해 공략하는 묘미를 더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베스트 홀은 15번 아일랜드 홀. 얼마나 예쁜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바란다. 진부한 설명보다 직접 사진을 통해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이 홀을 카메라로 촬영해왔으니까.
미우라 호텔 유럽 최초로 갤러리를 갖춘 호텔. ‘우주선이 지구에 내려와 호텔에 착륙한 가족’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담은 감성적이고 럭셔리한 디자인 호텔. 딜럭스룸 39개, 주니어 스위트룸 네 개, 미우라 스위트룸 한 개로 총 44개 객실이 마련돼 있다.
1 소화기 계통의 질병에 효능이 좋은 온천수가 유명한 카를로비바리. 2 <007 카지로 로얄>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카를로비바리 입구.
Karlovy Vary 아름다운 온천 마을, 카를로비바리
여행 넷째 날, 우리는 카를로비바리로 향했다. 프라하에서 128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다. 이곳 역시 생소한 건 마찬가지. 하지만 체코 사람들과 유럽 국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휴양지라고. 각종 질병에 효능이 있는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이드는 카를로비바리에 대해 14세기의 황제 카를 4세가 처음 발견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괴테와 베토벤이 사랑한 도시’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설에 따르면 카를 4세가 사냥 도중 활시위를 당겨 사슴을 맞혔는데, 그 사슴이 이곳 온천에 다친 다리를 담그자 멀쩡해졌다는 거다. 믿을지 말지는 당신에게 달렸다. 여하튼 카를로비바리는 체코 사람들이 치료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곳이었다. 실제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일반 병원의 의사에게 진단을 받은 뒤 다시 이곳에서 처방전을 받고 약 2~4주 동안 장기 투숙하며 온천수를 마시고 온천욕을 하고 마사지를 받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론 온천에서의 휴양이 치료법이라는 것이 썩 믿음직스럽지만은 않지만 판단은 스스로가 하는 것이라고 말해두겠다. 참고로 이곳에서는 누구나 거리 곳곳에 놓인 식수대에서 온천수를 음미할 수 있는데, 이곳의 온천수는 소화기 계통의 질병에 효능이 있다고. 에디터 역시 줄을 서서 받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 빨대컵에 온천수를 가득 담아 꿀꺽 마셔봤다(빨대컵이란 이 온천수를 마시는 전용 컵으로 손잡이가 빨대 역할을 하게끔 구멍이 뚫려 있다). 마시는 즉시 당장이라도 효능을 볼 수 있을 것처럼! 그 맛은 어땠을 것 같나? 몸에 좋은 것이 입에는 쓴 법이라지만 어떤 것은 유황 냄새가 진동하고, 어떤 것은 쇠(?) 맛이 나는 탓에 얼굴이 절로 ‘못난이’가 됐다. 또 카를로비바리에서는 매년 6월,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데 영화계의 진짜 ‘거인’들이 머무는 곳으로 소문난 호텔도 있었다. 그랜드호텔 푸프가 그곳이다. 테플라 강을 따라 세워진 건물들이 멋스러워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은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따라서 이 호텔을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셀카를 수도 없이 찍어댔다. 에디터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행에서 남는 것이라고는 사진밖에 없으니까.
모제르 크리스털 카를로비바리에는 체코의 국민 브랜드이자 영국 왕실 로열패밀리 등이 사랑하는 유리잔으로 알려진 모제르 크리스털 공장이 있다. 모제르 공장의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데, 모든 공정은 숙련된 장인들의 100%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스파 호텔 임페리얼 1912년에 지어졌으며 카를로비바리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산에 둘러싸인 커다란 고성 같은 외관부터 고품질의 스파 센터와 레스토랑까지, 체코의 대통령들과 저명인사들이 많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베헤로브카
체코 전통주인 베헤로브카의 오리지널 양조장이 카를로비바리에 있다. 40여 종의 약초가 함유돼 위장병 및 소화에 특효라고. 그래서 소화가 안 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까스활명수’를 마시는 것처럼 체코 사람들은 이를 챙겨 마신다. 식전에 마셔도 소화가 촉진된다.
그랜드 호텔 앰배서더
1901년 비엔나 건축가인 페르디난트 펠너(Ferdinand Fellner)와 헤르만 헬머(Hermann Helmer)가 설계했다. 방을 고풍스러운 아르누보 스타일로 꾸몄다. 이 호텔의 자랑할 점은 스파를 즐길 수 있다는 것. 하이드로 테라피나 마사지 등을 받을 수 있다.
로켓성
카를로비바리로부터 약 12km 떨어진 로켓성은 13세기에 지어진 성으로 국경의 요새로 쓰기 위해 지어졌다. 또 카를 4세가 휴양과 사냥을 위해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19세기와 20세기에는 감옥으로도 쓰였다.
1 관광객들의 산책로이자 휴식처인 마리안스케라즈네의 온천수가 나오는 콜로나다. 2 마리안스케라즈네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노래하는 분수’. 3•4 중앙 유럽에서 유일하게 왕실(Royal)이라는 칭호를 쓰는 로열 마리엔바트 골프클럽.
Mariánské Lázně 치유의 도시, 마리안스케라즈네
카를로비바리와 함께 체코에서 손꼽히는 온천 도시인 마리안스케라즈네로 이동한 것은 여행 5일째 되는 날이었다. 카를로비바리에서는 멀지 않다. 19세기 후 주요 작곡가와 철학가, 작가들이 많이 찾았던 곳이라는데, 이곳을 방문한 위인들 중에는 영국의 왕, 에드워드 7세도 있다고. 따라서 이곳을 방문해 스파 치료와 같이 온천에서만 받을 수 있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이곳을 방문한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다. 그중 피부 미용과 신경통에 좋다는 광천수를 마시는 일과 다누비우스 헬스 스파 리조트 노브 라즈네에서 전통 로마 양식의 욕조에 몸을 담그는 일은 꼭 체험하길 권하겠다. 광천지는 콜로네이드 광장 주변에 일곱 군데가 있다. 에디터 역시 이 두 가지 모두 체험해봤다. 광천수의 맛은 약간 짭짤하면서 철분 맛이 강했다. 또 ‘온천’ 하면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온천탕과 열기를 내뿜는 곳에서 몸을 지지는 것을 떠올릴 텐데, 이곳의 온천은 생각하는 그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미지근한 탓에 온천욕을 한다는 느낌은 결코 들지 않았을 정도. 더 솔직하게 말하면 국내나 일본의 유명 온천지를 떠올려선 절대 안 된다. 에디터도 꽤나 실망스러웠으니까. 대신 치료 목적의 온천이라고 생각하면 덜 실망스러울 것이다. 아, 참, 이곳의 스파와 온천 시설은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알려주기라도 하듯 낡고 평범하다는 것도 알아두길 바란다. 그 명성에 비해 도시의 규모가 무척 작다는 것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당연히(?) 젊은이보다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 많다는 것까지. 볼거리로는 광장 중앙에 위치한 음악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물을 뿜는 ‘노래하는 분수’가 있다. 하절기에는 2시간마다 음악에 맞춰 아름다운 분수쇼가 펼쳐진다. 우리는 저녁 9시에 야경과 어우러진 분수쇼를 봤는데, 꽤 볼만했다. 단, 어떤 이에게는 다소 시시할 수도 있다고 말해두겠다(우리 일행들이 바로 그 어떤 이로 적잖이 당황했다). 다음으로 마리안스케라즈네에서 유명한 또 다른 곳, 로열 마리엔바트 골프 클럽을 찾았다. 이곳은 1905년에 개장한 골프장으로 중앙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디.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가 이 골프장 건설에 심혈을 기울였다는데,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 유럽에서 유일하게 왕실(Royal) 골프 클럽이라는 칭호를 쓸 수 있는 골프장이라고. 베스트 홀은 7번홀이었다. 오른쪽 도그레그 홀로, 세컨드 샷을 쳐야 하는 지점 즈음에 개울이 페어웨이를 가르고 있어 남은 거리와 자신의 비거리에 따라 클럽 선택과 랜딩 지점을 고민해야 했다. 전체적으로 페어웨이의 업다운이 없고 평평한 데다 바로바로 연결되어 있는 홀이 많은 까닭에 체력 소모는 적었다. 그린이 좀 작아 홀을 지나치면 어렵게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골프장 관계자는 “보기는 쉽지만 버디는 어려운 홀이 많다”고 했다.
마리엔바트 헬스 스파 리조트 마리엔바트 헬스 스파 리조트는 대부분 광천수를 이용한 스파를 갖추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최소 2주 정도 머물며 치료와 온천 휴양을 즐긴다.
샤토 므첼니 호텔 프라하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보헤미아 중앙에 위치한다. 이 호텔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휴양지 1001에 선정됐는데, 호텔이라기보다 개인 저택의 느낌이다. 층마다 각각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 감탄스럽다.
1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성 바르바라 성당으로 가는 길. 2 후기 고딕 양식의 교본과도 같은 건축물을 자랑하는 성 바르바라 성당. 3 챔피언십 코스 36홀과 퍼블릭 코스 9홀을 갖춘 코노피슈테 골프 리조트.
Kutná Hora 중세 은광 도시, 쿠트나호라
여행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해골 성당’으로 유명하다는 쿠트나호라로 이동했다. 이곳 역시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곳이었는데, ‘체코 왕실의 국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13세기부터 200여 년간 유럽 최대의 광산 도시였다고 하니. 조금 더 설명을 보태자면, 왕족과 귀족들은 은광 운영으로 부를 축적했고 왕실 조폐소를 설치하는 등 프라하를 능가할 만큼 막강한 세력을 키웠단다. 하지만 16세기 들어 은이 점차 고갈됐고 수만 명을 앗아간 후스 전쟁과 30년 전쟁으로 도시는 처참히 무너졌다고. 한때 인구 7만의 대도시였지만 현재는 2만2000명이 살고 있어 조용한 시골 마을에 불과하다. 이곳에 오면 꼭 들르는 곳은 성 바르바라 성당이라고 했다. 가이드는 이 성당은 1388년 가톨릭교의 어떤 후원도 없이 오롯이 광부들이 모은 기금으로만 처음 건설됐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는 “하지만 이후 후스 전쟁 등으로 오랜 시간 완공이 지연되다가 1626년 예수회가 이 성당을 소유하면서 바로크 스타일을 가미했고 도시의 쇠퇴와 맞물려 오랫동안 방치됐다가 1905년에야 완공돼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현재 이 성당은 체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후기 고딕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어찌 됐든 당시 헐값의 임금으로 비참한 생활을 했던 중세 광부들의 삶을 생각하면 그들의 신앙심으로 쌓아 올린 이 건축물이 더 고귀하게 느껴질 테다. 에디터 역시 그랬으니까. 성 바르바라 성당 투어를 마친 후 우리는 마지막 일정인 코노피슈테 골프 리조트로 향했다. 이곳은 쿠트나호라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체코에서 가장 큰 규모로 총 45홀을 갖춘 곳이다. 챔피언십 코스 36홀(라데츠키 18홀, 데스트 18홀)과 퍼블릭 코스 9홀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라데츠키 코스에서 플레이했는데, 광활한 대자연 위에 골프 코스가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체코에서 가본 네 번째 골프장이었기에 미안하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물론 감흥만 없었을 뿐, 코스가 좋지 않았다는 건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가장 인상적이던 홀을 꼽자면 4번홀. 오른쪽 도그레그 홀로 세컨드 샷 지점 우측에 긴 벙커와 그 벙커 끝 지점에 작은 해저드가 있다. 그래서 왼쪽에 볼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폭이 좁아 정확한 샷을 구사해야만 한다. 하지만 불행스럽게도 왼쪽에는 나무숲이 있어 그쪽으로 공이 들어가면 찾기 힘들다. 그래서 공략 팁은 보이는 대로 공을 보내라는 것뿐이다. 이 리조트에는 97개의 객실이 있고, 부대시설로는 드라이빙 레인지, 마사지숍, 수영장, 레스토랑 등이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맥주 스파를 꼭 받아볼 것을 권한다. 최고의 홉을 사용해 욕조를 나올 쯤엔 몸도 마음도 매끈매끈해지며 여행의 피로도 싹 가실 테니!
추천 항공
장거리 여행 시 걱정되는 것 중 하나는 비행이다. 불편한 비행기 좌석에 몸을 구겨 넣고 10시간 이상 가는 것은 여행 동안의 컨디션을 좌지우지할 정도니까. 그런 면에서 이번 체코 출장길엔 터키항공 비즈니스 좌석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터키항공의 비즈니스 좌석은 길이 188cm의 여유 있는 사이즈로 플랫 베드 이용이 가능하다. 에디터는 경유지인 이스탄불 도착 1시간 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을 정도. 눈길을 끄는 것은 셰프들이 직접 요리 주문을 받고 서빙하는 것. 또 하나는 기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부 기종에 한해 불가할 수 있음). 이코노미 이용 승객은 유료다. 경유지인 이스탄불에 내려 게이트를 빠져나와 걷다 보면 터키항공 라운지를 찾을 수 있다. 비즈니스 티켓을 개찰구에 대면 출입이 자유로워 편리하다. 들어가면 우측에 간단한 비밀번호 입력으로 개인 짐을 보관할 수 있는 투명한 보관대가 있다. 이곳에 짐을 보관해놓고 소파 등 넓은 휴식 공간에서 각종 요리 및 음료를 즐기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도 제공된다. 샤워실과 수면실도 있어 여행 중간에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그만이다. 한편 터키항공은 335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전 세계 116개국 290여 개의 도시를 운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