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골퍼, 브룩스 켑카
세상 그 누구도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나보다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 냄새, 자신감 그리고 코스 밖 모습과 짧은 만남에서 진정한 켑카의 모습을 보았다. 켑카는 우리와 인터뷰한 후 한국에서 2018~2019 시즌 첫 승을 거두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골프에만 집중하다
올 초에 손목 부상을 당했다. 켑카는 “1월 초에 소파에 앉아서 볼을 칠 수 있을지 걱정했다. 물론 골프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PGA투어에서 경쟁할 정도로 회복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였다”고 회상했다. 마스터스까지 부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골프를 하지 못하는 것보다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못하는 데 더 큰 아쉬움을 표했다. 골프를 보지 않지만 마스터스는 챙겨 봤을 정도니 충분히 납득이 갔다. 손목 부상을 회복했고 취리히클래식에 출전했다. 볼을 칠 수 있는 게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단지 볼을 치는 게 아니라 부상 전 처럼 완벽하게 볼을 쳤다. 그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 세상 그 누구도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나보다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솔직히 그도 그렇게 빨리 기량을 회복할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정신적으로는 건강했고 US오픈 때까지 예전의 샷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그렇게 집중해서 US오픈 2연속 우승을 거뒀다. 그는 “믿어지지 않았고 그 어떤 우승보다 특별했다”고 북받쳐오른 듯 말했다. 그의 샷 감각이 쭉 이어지면서 PGA챔피언십까지 우승했다. 꿈이 현실이 됐다.
켑카는 “타이거 우즈의 올 시즌 복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는 골프계에 필요한 인물이고 PGA투어가 흥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켑카도 그 부분을 인정했고 많은 사람을 골프로 이끈 선수라고도 언급했다. 그런 인물을 켑카가 PGA챔피언십에서 따돌렸고 우승을 차지했다. “PGA챔피언십에서 내가 어릴 때부터 항상 우러러보던 타이거 우즈와 애덤 스콧을 상대로 이겨서 매우 기뻤다.” 켑카는 어릴 때 항상 퍼팅 그린에서 2~3m 퍼팅을 연습하며 타이거를 이기는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써왔다. 그는 “일반 대회도 아니고 메이저 대회에서 이기는 건 지금도 잊지 못할 짜릿함이다”라고 했다. 대회 마지막 날 앞 조에서 플레이하는 타이거를 응원하는 함성은 매우 컸다. 켑카는 “나를 응원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내가 플레이하면서 겪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라고 말했다. 그 함성에 동요되기보다는 우승을 차지하는 데 더 집중했다. 골프에 몰두하지 않아서 더 잘하는 경우가 있다. 그걸 켑카는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또 한 번 배웠다. 켑카는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라갈 기회가 있었다. 그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1위가 되겠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는 “세계 랭킹 1위는 항상 내 머릿속에 있다. 1위에 오르기를 원한다. 골프에 집중하기보다는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것에 너무 신경을 많이 썼다. 너무 원해서 체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켑카가 자신의 골프에 집중하는 건 중계방송을 통해 볼 수 있다. 또 감정 기복이 없어 감정을 숨기는 것처럼 보인다. 켑카는 “나는 볼 앞에 서면 매우 진지해진다. 집중력이 좋다.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어차피 중계 화면에는 내가 볼을 치는 1분 내외의 시간만 잡힌다. 내가 샷을 하고 걸어가거나 대기하는 동안 동료와 농담을 섞고 이야기하는 내 모습은 잡히지 않는다. 나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나랑 잠시 시간을 보냈지만 내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끼지 않았나?”라고 묻기도 했다. 실제로 더CJ컵@나인브릿지에서 1라운드를 하는 동안 켑카가 동료인 저스틴 토머스와 농담하고 웃고 수다 떠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코스 밖의 켑카는 유쾌했다. 골프볼로 카메라 맞혀도 되냐고 농담을 건네 기도 했다. 심지어 팔뚝에 매달려봐도 되냐는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기도 했다. 한 명 더 매달려도 된다며 반대쪽 팔도 들어 올렸다. 또 팔뚝 두께를 재면서 줄자를 좀 넉넉히 두르라고 장난치기도 했다.
자신감이 넘쳐흐르다
11월에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의 매치플레이는 시청할 계획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누가 이기든 내 관심 밖이다. 나한테 떨어지는 것도 없다”고 했다.(웃음) “그 주에 매우 바쁘다. 친구 결혼식에 가야 한다. 내가 가는 첫 결혼식이다. 골프보다 그게 더 중요 하다.” 켑카는 그들의 이벤트 대회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다음 질문을 던졌다. 만약 100만 달러 매치 플레이를 한다고 가정하면 누구와 상대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단번에 “누구든 상관없다. 다 이길 자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상금은 매홀이 끝날 때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상대가 더 긴장하지 않을까?”라며 스스로 재미있는 대회 방식이라고 농담도 했다.
PGA투어는 시즌이 길다. 켑카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은 연속 3주 이상 대회에 출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쳤다고 생각할 때는 1~2주 동안 휴가를 떠난다. 물론 이때 골프채는 만지지도 않는다. 휴식이 더 필요하면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쉰다. 물론 이때도 연습이나 라운드를 하지 않는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23~24년 골프를 했다. 견고한 기본 바탕이 있기 때문에 스윙이 바뀌지 않는다. 대회 전 화요일쯤 나가서 그냥 치면 된다. 연습하지 않은 것에 대해 두렵지 않다.” 켑카는 유러피언투어 카드를 반납한 것에 관해 후회하지 않는다. PGA투어에 집중했다. “나는 내 선택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갈림길에 서 있었고 나에게 최선의 길을 선택했다. 미국에 남아서 PGA투어에 집중하는 데 열정을 쏟았다. 장기적으로 나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메이저 3승을 획득했다. 뒤돌아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메이저 3승에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은 켑카다. 그는 많은 걸 얻었고 고마움을 느낀다. “나와 매주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투표로 정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들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아 가슴 벅차다.”분명 잃은 것도 있을 것이다. 올 시즌 부상보다 더 상심하게 한 사건이 있다. 라이더컵에서 자신이 친 볼에 갤러리가 맞았다. 그는 “대회장을 떠나면서 가장 기분 좋지 않은 일이었다”라고 했다. “매우 신경 쓰였고 지금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켑카에게 골퍼는 직업이다. 골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때보다 다른 스포츠나 일상 이야기를 할 때 더 즐거워 보였다. 그런 그에게도 골프가 좋은 이유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물었다. 그는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세인트 앤드루스다. 그 코스에서 지금부터 죽을 때 까지 매일 플레이하라고 해도 할 수 있다. 매일 똑같이 핀 위치가 꽂힌다고 해도 똑같은 플레이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특별 하고 매력 있다.”
[한원석 골프다이제스트 기자(wshan@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