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선수들, "넌 내게 감동이었어!"

2019-08-06     전민선 기자

같은 투어에서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지만 프로 선수들은 때때로 서로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때가 있다. 상대의 아주 사소한 언행에 커다란 감동과 자극을 받는다. KPGA투어를 뛰는 선수들에게 고마운 선수와 그 이유를 물었다.

to  권성열
투어 2년 차부터 알고 지낸 선배가 있다. 권성열이다. 성열이 형은 알고 지낸 후부터 줄곧 내게 “조금만 더 준비하면 잘할 수 있다. 기죽지 마라. 기다리면 때가 온다”며 자신감을 실어줬다. 2017년 카이도투어챔피언십 2라운드까지 퍼팅이 너무 안 돼 형의 퍼터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 한마디에 형이 퍼터를 흔쾌히 내줬다. 물론 형이 사용하지 않는 퍼터였다. 그 퍼터 덕분에 3, 4라운드 플레이를 잘해서 5위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형이 준 퍼터는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다. from  서요섭

to  양지호
(양)지호 형과는 2015년 1월, 입대하면서 연을 맺었다. 특히 제대 후 2017년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데뷔했을 때 지호 형이 큰 힘이 됐다. 의사소통부터 교통편, 심지어 일본의 도로 형태가 한국과 정반대라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대회장으로 갈 때 운전도 해줬다. 요즘은 국내 투어 연습 라운드를 함께 한다. 종종 내기 골프를 하는데 나의 멘탈을 강화하려는 것 같다(웃음). 골프가 잘되지 않았을 땐 옆에서 스윙에 신경 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고 즐기라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from  함정우

to  박경남 
스물일곱 살 때까지 8년을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했다. 11개 홀 동안 12번 오비를 낸 적이 있었다. 공식 연습일마다 동반 플레이어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기왕이면 잘 치는 플레이어와 치고 싶을 것 아닌가. 그런데 (박)경남이 형은 나를 버릴 법도 했는데 몇 년간 한 조로 연습 라운드를 함께 돌았다. 3년 정도 같이 친 것 같다. 그 후 나는 드라이버 입스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통산 3승을 거뒀다. 그 당시 함께한 동반 플레이어 중 두 명은 시드를 잃고 경남이 형만 투어에 남아 있는데 그때의 고마움 때문에 5~6년 정도 연습 라운드 멤버로 함께했다.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 from  김태훈

to  김경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있고 혼자 끙끙대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김)경태한테만은 나의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다. 경태는 동갑내기 친구이긴 하지만 라이벌 의식을 느끼기보다는 나보다 투어 경험이 많고 성적도 좋아 조언을 구할 때가 많다. 군 제대 후, 해외 진출 여부를 고민할 때 그에게 상담했고 2017년, 2018년 경기가 너무 안 풀려서 앞으로 골프를 계속해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도 그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럴 때마다 경태는 나의 골프 스타일, 연습 방식, 성격까지 모든 걸 가까이에서 본 친구로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from 박준원

to  문경준 
2016년 12월에 결혼해서 지난해 2월에 아들 서진이가 태어났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다가 결혼하고 나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집안일, 육아 등 아내 혼자 감당하게 둘 순 없었으니까.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민에 빠질 때마다 (문)경준이 형에게 하소연도 하고 조언도 구했다. 참고로 그 형은 아들 셋을 둔 다둥이 아빠다. 형은 인생 선배로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와 답답함이 해소된다. from  이태희

to  최진호  
(최)진호 형은 나의 첫 우승을 이끌어준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적인 면에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질문하곤 한다. 그때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하게 가르쳐준다. 친한 형, 동생 사이지만 경쟁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항상 친절하게 답변해준다. 언젠가 형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왜 그렇게 쉽게 비법을 가르쳐주느냐고. 형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말해줘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못 받아들여.” from  권성열

to  맹동섭 
지난 6월 2세가 태어났다. 요즘은 50일 조금 안 된 아들을 돌보느라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기저귀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 열심히 투어를 뛰어서 돈을 벌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절친인 (맹)동섭이가 기저귀 여섯 상자를 선물로 보내줘서 무척 고마웠다. 내가 요즘 그를 ‘맹데레’로 부르는 이유다. from  이성호

[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jms@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