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선수들, "넌 내게 감동이었어!"
같은 투어에서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지만 프로 선수들은 때때로 서로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때가 있다. 상대의 아주 사소한 언행에 커다란 감동과 자극을 받는다. KPGA투어를 뛰는 선수들에게 고마운 선수와 그 이유를 물었다.
to 권성열
투어 2년 차부터 알고 지낸 선배가 있다. 권성열이다. 성열이 형은 알고 지낸 후부터 줄곧 내게 “조금만 더 준비하면 잘할 수 있다. 기죽지 마라. 기다리면 때가 온다”며 자신감을 실어줬다. 2017년 카이도투어챔피언십 2라운드까지 퍼팅이 너무 안 돼 형의 퍼터로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 한마디에 형이 퍼터를 흔쾌히 내줬다. 물론 형이 사용하지 않는 퍼터였다. 그 퍼터 덕분에 3, 4라운드 플레이를 잘해서 5위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형이 준 퍼터는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다. from 서요섭
to 양지호
(양)지호 형과는 2015년 1월, 입대하면서 연을 맺었다. 특히 제대 후 2017년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데뷔했을 때 지호 형이 큰 힘이 됐다. 의사소통부터 교통편, 심지어 일본의 도로 형태가 한국과 정반대라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대회장으로 갈 때 운전도 해줬다. 요즘은 국내 투어 연습 라운드를 함께 한다. 종종 내기 골프를 하는데 나의 멘탈을 강화하려는 것 같다(웃음). 골프가 잘되지 않았을 땐 옆에서 스윙에 신경 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고 즐기라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from 함정우
to 박경남
스물일곱 살 때까지 8년을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했다. 11개 홀 동안 12번 오비를 낸 적이 있었다. 공식 연습일마다 동반 플레이어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기왕이면 잘 치는 플레이어와 치고 싶을 것 아닌가. 그런데 (박)경남이 형은 나를 버릴 법도 했는데 몇 년간 한 조로 연습 라운드를 함께 돌았다. 3년 정도 같이 친 것 같다. 그 후 나는 드라이버 입스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통산 3승을 거뒀다. 그 당시 함께한 동반 플레이어 중 두 명은 시드를 잃고 경남이 형만 투어에 남아 있는데 그때의 고마움 때문에 5~6년 정도 연습 라운드 멤버로 함께했다.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 from 김태훈
to 김경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있고 혼자 끙끙대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김)경태한테만은 나의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다. 경태는 동갑내기 친구이긴 하지만 라이벌 의식을 느끼기보다는 나보다 투어 경험이 많고 성적도 좋아 조언을 구할 때가 많다. 군 제대 후, 해외 진출 여부를 고민할 때 그에게 상담했고 2017년, 2018년 경기가 너무 안 풀려서 앞으로 골프를 계속해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도 그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럴 때마다 경태는 나의 골프 스타일, 연습 방식, 성격까지 모든 걸 가까이에서 본 친구로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from 박준원
to 문경준
2016년 12월에 결혼해서 지난해 2월에 아들 서진이가 태어났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다가 결혼하고 나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집안일, 육아 등 아내 혼자 감당하게 둘 순 없었으니까.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민에 빠질 때마다 (문)경준이 형에게 하소연도 하고 조언도 구했다. 참고로 그 형은 아들 셋을 둔 다둥이 아빠다. 형은 인생 선배로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와 답답함이 해소된다. from 이태희
to 최진호
(최)진호 형은 나의 첫 우승을 이끌어준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적인 면에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질문하곤 한다. 그때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하게 가르쳐준다. 친한 형, 동생 사이지만 경쟁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항상 친절하게 답변해준다. 언젠가 형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왜 그렇게 쉽게 비법을 가르쳐주느냐고. 형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말해줘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못 받아들여.” from 권성열
to 맹동섭
지난 6월 2세가 태어났다. 요즘은 50일 조금 안 된 아들을 돌보느라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기저귀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 열심히 투어를 뛰어서 돈을 벌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절친인 (맹)동섭이가 기저귀 여섯 상자를 선물로 보내줘서 무척 고마웠다. 내가 요즘 그를 ‘맹데레’로 부르는 이유다. from 이성호
[전민선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jms@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