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여잡고 경기해 메이저 퀸 된 박채윤 “현실인지 구별 안돼”
[춘천=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박채윤(25)이 목 디스크 판정을 받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 원, 우승상금 3억5000만 원)을 제패했다.
박채윤은 1일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 6,737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로 우승을 차지한 뒤 "현실인지 구별이 안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날 버디 4개, 보기 1개를 엮어 3언더파 69타를 치고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작성하며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박채윤은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상금이 굉장히 큰 대회에서 하게 돼서 정말 기쁘고 영광이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즐기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치렀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현실인지 구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원래도 목이 안 좋았지만 올 시즌 중반부터 목이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박채윤은 "MRI 결과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보그너 MBN 여자오픈 때는 목 통증이 너무 심해 출전 취소를 했고, 2위를 기록했던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때는 대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한의원을 찾았다.
박채윤은 "이번 대회에서도 피니시, 임팩트 때 통증이 계속 있어서 목을 부여잡고 경기했다. 목 치료가 우선이라고 생각해 아쉽지만 다음 대회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박채윤은 지난해 6월 맥콜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우승은 없었지만 대상 포인트 3위에 올랐고, 시즌 초엔 이 부문 1위까지 올랐다. 톱 텐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덕이었다.
박채윤은 한화 클래식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 70점을 추가해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또 3억5000만 원의 거액의 우승 상금을 획득해 상금 순위도 13위에서 2위(6억4836만4534 원)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박채윤은 "특히 멘탈이 많이 부족했는데 4월 말부터 멘탈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좋아졌다. 올해 기술과 멘탈이 같이 좋아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박채윤은 단독 선두 넬리 코다(미국)에 6타나 뒤져 있었고 순위 확인을 하지 않고 경기해 '편하게 치자, 파만 하자'며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자평했다.
올해부터 삼천리 골프단에 입단한 박채윤은 삼천리 이만득 회장 및 임직원, 지유진 감독, 김해림, 홍란 등 선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박채윤은 특히 "해림 언니와 란 언니는 경기 끝내고 집에 가는 길 도중에 와서 축하해줬다. 가족 같은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밝혔다.
10월엔 총상금 15억 원이 걸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등 두 개의 메이저 대회, 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굵직굵직한 대회가 기다린다.
박채윤은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해서 큰 욕심은 안 부리려고 한다.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남은 대회도 욕심부리거나 무리하지 않고 몸이 나빠지지만 않게 즐겁게 대회에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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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