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아마추어 박금강, 골프는 선택의 연속

2019-10-08     고형승 기자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만큼 부담이라는 것도 생기지 않을까? 누군가 그 이름을 언급하며 “그 사람 요즘 뭐 하고 사는데?”라고 물어볼 확률도 그만큼 높을 것이다. 그렇기에 ‘금강’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세계에 내 이름을 알리고 싶다. 빨리 미국 무대로 건너가 이름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목표다. 내 이름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 누가 지어줬는지 묻는다. 아마 이름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연유를 설명하는 게 전혀 귀찮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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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가족과 함께 금강산에 놀러 갔다가 그곳에서 내가 생겼다. 외할아버지는 의미도 있고 뜻도 좋으니까 손주의 이름을 금강이라고 붙였다. 원래는 금강이 아니라 금강산이었다. 박금강산. 뭐, 그 이름도 나쁘진 않지만 분명 어린 시절 더 놀림을 많이 받았을 건 불 보듯 뻔하다. 금강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놀림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그런 놀림을 받으면 제법 싫을 법도 한데 나는 그 이름이 좋았다. 특이한 게 좋았고 많은 사람이 나를 기억해준다는 게 더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금강산에 가보고 싶다. 만약 금강산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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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때문에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낯을 많이 가렸다. 열 살 차이 나는 언니가 한 명 있는데 어쩌면 그런 부분도 내 성격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게 아닐까 싶다. 언니와 티격태격할 일은 별로 없었으니 말이다. 가족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하자면 아버지는 건설, 어머니는 디자인 관련 일을 한다. 언니 역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다. 다들 손재주가 뛰어나다. 나는 그림을 또래 남자애들보다 더 못 그렸다. 그냥 태권도와 축구를 좋아하던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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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골프를 즐기는 부모님에게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골프를 해볼게”라고 말한 뒤 지금까지 골프 클럽을 놓은 적은 없었다. 초반에는 그냥 공을 멀리 보내는 게 재미있었다. 처음 골프 클럽을 쥐고 휘두를 때의 짜릿한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만난 코치 선생님은 무척 무서웠다. 많이 혼나던 터라 그 시절 골프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왜 혼났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골프부가 있는 수원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골프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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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까지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연습할 때도 큰 동기부여라고 할 게 전혀 없었다. 국가 대표나 상비군에 관한 목표도 없었다. 골프 선수가 하고 싶었지만 큰 목표가 아직은 없던 시기였다. 솔직히 그때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뭔가 특별한 기억이 없다. 아주 무미건조한 삶이었고 목표 의식조차 없던 그저 그런 학교생활이었다. 단지 키가 커서 또래 애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었고 거리도 많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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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릴 때부터 “너는 대성할 거야”라든가 “너는 잘될 거야”, “넌 잘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건 내게 동기부여로 작용한 게 아니라 방해가 됐다. 그런 말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 나에게는 이른바 족쇄와 같았다. 주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고 그건 다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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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내 골프는 조금씩 허물을 벗었다. 국가 대표 상비군은 됐지만 더 높은 자리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음과 실제 내 실력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앞섰고 시즌이 가면 갈수록 실망감이 나를 짓눌렀다. 그러다가 허석호 코치님에게 배우며 성적이 조금씩 나아졌고 재미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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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인 올해부터 내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올해 초 호주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인 애번데일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스페인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와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도 참가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LPGA 퀄리파잉스쿨 1차 예선에 참가해 4라운드 합계 3언더파 285타(공동 12위)를 기록하며 통과의 기쁨을 맛봤다. 올해 퀄리파잉스쿨 최종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 해외 무대로 바로 진출하는 게 목표다.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지만 승부를 한번 걸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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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는 240m 정도다. 장점은 몰아 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베스트 스코어는 8언더파(보기 없이 버디만 여덟 개). 문제는 버디가 나오는 수만큼 보기가 나올 때도 있다는 것이다. 내 플레이 스타일은 무모한 플레이는 지양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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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체 조건은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보이는 것만 좋은 것 같다. 100%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태권도를 했지만 몸이 좀 뻣뻣한 편이다.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체력이 강해졌으면 좋겠다. 오버 페이스를 하더라도 지치지 않는 체력이 있으면 좋겠다. 기술은 경기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지만 체력은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취미는 사이클인데 체력과 지구력 강화는 물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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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스스로 내 멘탈에 점수를 매기자면 90점 정도 되는 것 같다. 평상시에는 100점을 줘도 될 것 같은데 골프를 할 때는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다. 한 번씩 흔들릴 때가 있다. 그때는 ‘기회가 또 있으니까 천천히 하자’고 되뇌며 템포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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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이정은(6) 선수처럼 되고 싶다. 뒷심이 좋은 선수인 것 같다. 골프는 늘 그렇지만 잘되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안 되는 날을 태연히 넘어가고 다음 날 순식간에 순위를 끌어올리는 능력이 대단하다.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안 되는 날로부터 잘되는 날까지의 기간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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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저런 말을 부모님에게 하지만 결국 내가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힘든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건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부분이고 혼자 헤쳐나갈 수 있다. 진로에 관한 고민이 있지만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그냥 선택하면 된다. 어차피 선택은 해야 하니까.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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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감정 기복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서 표정 변화도 없다. 사실 나는 ‘예쁜 선수’라는 말보다 ‘카리스마 있는 선수’라는 말을 더 듣고 싶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오라가 느껴지는 그런 선수 말이다. 정말 멋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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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요즘 투어 상위권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들이다. 항상 주목을 받았고 잘해왔던 선수들이다. 국가 대표 출신 선수들은 실력도 있고 경험도 충분하다. 그만큼 많은 혜택도 받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그런 혜택을 누리지 않은 선수도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걸 내가 보여주고 싶다. 

박금강
나이 : 18세
신장 : 170cm
학교 : 이매초-수원중-동광고 3학년 재학 중
경력 : 국가 대표 상비군(2018년)
성적 : 애번데일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 경기도지사배 우승, 미국LPGA투어 퀄리파잉스쿨 1차 예선 통과(2019년)

[고형승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tom@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