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초의 PGA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 미니투어 기획한 진심
2009년 아시아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PGA 챔피언십)를 제패한 양용은(48)이 남자 골프 미니투어를 기획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투어가 중단되면서 후배들을 위해 만든 대회다. 양용은마저도 지난해 12월 일본골프투어(JGTO) 투어 챔피언십 이후 약 6개월 만에 실전에 나섰다.
지난 25일 경기 포천시의 샴발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예스킨 골프다이제스트 미니투어' 1차 대회엔 양용은을 포함해 문경준, 김승혁, 김태훈, 김형성, 류현우, 허인회 등 국내 상위 랭커들 24명이 출전했다. 우승은 4언더파 68타를 기록한 장동규(32)에게 돌아갔다.
공동 7위(2언더파 70타)에 자리한 양용은은 "이 대회에서 모은 기부금으로 코로나19 사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후배 선수들이 바쁠 텐데도 흔쾌히 나와줬다. 어떻게 보면 재능기부라고 볼 수도 있고 상금도 그렇게 크지 않지만 열심히 해줬다. 좋은 일에 동참하겠다며 나서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6월로 예정된 2·3차 대회 엔트리 48명(24명씩)도 벌써 채워졌다.
우승한 장동규는 "양용은 프로님이 '요즘 대회도 없고 다들 힘든데 기부도 하고 좋은 취지의 자선 대회를 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다"며 "힘든 시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대회도 성공적이었다. '명랑 골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라운드 중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회를 준비하느라 정작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었던 양용은은 마지막까지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하다가 후배들의 항의를 받는 등 이날만큼은 격의 없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우승자 장동규를 1타 차로 위협하던 문경준이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놓치자 주위에 몰려 있던 선수 전원이 탄식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양용은은 전반 9개 홀에선 보기만 2개를 범하며 고전했지만 후반 9개 홀에서 버디 4개를 잡아 '클래스'를 과시했다.
양용은은 "전반엔 좀 낯설었는지 경기가 안 풀렸다. 후반엔 언더파도 치고 후배들하고 오랜만에 재밌게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은퇴해도 될 나이에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양용은은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아쉬운 것도 없지 않지만 이 힘든 일을 선수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견뎌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종식돼 코로나19가 오기 전 평화로운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양용은은 무상으로 경기할 수 있게 골프장을 제공한 샴발라 컨트리클럽, 또 중계를 맡은 스포티비 골프다이제스트 외 예스킨, 부쉬넬, 라쉬반 등 후원·협찬사 등에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목마를 때 주는 물 한 모금이 배부를 때 주는 밥 한 끼보다 고마운 법이다"라는 본인의 말과 어울린다.
양용은은 "그동안 잘 못했던 것이고 늦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후배들과 함께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