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의 신인, 맷 네스미스의 각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을 졸업하고 2년 반이 지났을 때 나는 캐나다의 어느 호텔 방에 앉아 있었다. 혼자였다. 예전의 팀 동료들과 같은 방을 쓰다가 그만둔 이유는 그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돌아왔을 때 억지로 대화를 나누는 게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잘한 건 축하할 일이었지만 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매켄지투어에서 네 번 연속 컷 탈락한 상태에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회의가 들었다.
빅토르 호블란과 맷 울프 같은 친구가 선전을 펼치는 것도 내 상황을 더 암울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플레이는 비현실적이지만 1부리그 전미 대표 선수였다면 그 정도를 기대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6개월 안에 PGA투어에 진출하지 못한 내가 실패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 그런 생각을 바꿔야 했다. 미니투어를 대학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4년 동안 프로 무대에서 플레이하는 법을 배우면서 다른 진로를 찾아야 할지 결정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캘러웨이와 4년 계약을 맺은 것도 대학원이라는 내 마음가짐과 잘 맞아떨어졌다. 덕분에 4년 동안 돈과 관련해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 지금까지 거쳐온 단계를 돌아보면 늘 요령을 익히기까지 2년 반 정도가 걸렸다. 나는 아주 어려서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를 즐겨하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플레이를 시작했고 마지막 18개월에야 두각을 나타냈다. 그건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3~4학년 때가 전성기였다. 그래서 프로로 전향한 후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길 기대했다. 중요한 건 다시 한번 돌파구를 찾을 때까지 인내심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 대학을 졸업하고 첫해에는 캐나다에서 보냈고 1년간 미니투어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콘페리투어 Q스쿨을 통과하지 못해 다시 캐나다로 돌아갔다. 작은 투어의 골프 스타일은 내가 원하는 플레이 방식이 아니다.
나는 라운드가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걸 좋아한다. 저절로 좋은 라운드가 풀려나가게 하는 것이다. 초반에 버디가 나오면 아무것도 조정하지 않는다. 박차를 가하지도 않는다. 라운드가 그런 식으로 계속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그런데 매켄지와 콘페리의 경우에는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부터 기세를 올려야 한다.
홀마다 버디를 하지 않으면 네 홀을 지나기도 전에 뒤처진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티오프를 하기 전부터 뒤처졌다는 느낌이 들던 토너먼트도 있었다. 그런 스타일에 맞춰 샷을 할 때마다 불을 뿜어보려고도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내게는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내 플레이 스타일로 돌아갔고 그걸로 충분하길 바랄 뿐이다.
● 주변에서는 다들 당장 투어에 진출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나는 그런 충동을 억누르고 게임이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했다. 전략적으로 인내하는 쪽을 선택할 경우, 이게 잘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그만 중단해야 할 때인지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도약의 목전에 도달할 때와 또다시 절망적인 시즌의 첫날을 맞이하는 기분이 똑같기 때문이다. 미니투어에 들어가서 처음 2년 반을 보내는 동안 플레이의 결과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데도 곧 때가 올 거라고 자신을 설득했다. 이건 아니라는 느낌 속에서 긴 세월을 버텼다.
● 세 번 치르는 콘페리 결승전 가운데 두 번째는 크래프트나비스코의 앨버트슨보이시오픈이었다. 일요일에 플레이가 잘된다는 건 알았지만 리더보드를 보지 않기 때문에 18번홀의 4.5m 퍼팅에 우승이 걸려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 인생이 걸린 퍼트였는데도 그걸 성공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이다. 다행히 성공했고 2020년 PGA투어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나한테 맞지 않는 스타일의 골프를 억지로 시도하는 대신, 내 게임을 고수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 사실이 자랑스럽다. 물론 6개월 만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상당히 빨리 PGA투어에 합류한 셈이다.
● 그때부터 탄탄대로를 달린 건 아니다. 여기서 출전한 처음 세 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지만 적응기라고 믿고 기다렸다. 그 후로는 20위권의 성적을 다섯 번 기록했다. 여기서는 내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나 같은 선수에게 골프 베팅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나를 저평가된 기대주로 판단하고 자신들에게 돈을 벌어준다면서 내게 감사할 것이다.
● 아내인 애비게일과는 대학에서 만났다. 아내는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어 토너먼트에 동행할 때가 많다. 그는 큐어링 키즈 캔서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한다. 소아암 연구에 기금을 지원하는 단체이다. 나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기금 마련 토너먼트를 비롯한 여러 활동에 힘을 보태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활동하다 보면 연습의 일상 속에서 자신에게만 몰두하기 쉽다. 아내와 그가 하는 일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게 눈을 돌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람들이 매일 살아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퍼트를 몇 개 실패하는 건 그리 절망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때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새로 구입한 집에 머물고 바비큐 그릴에 요리를 하기도 한다. 고향에는 골프를 하는 친구가 많다. 승리욕을 잠시 내려놓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휴일은 맥주를 챙겨서 친구들과 카트를 타고 플레이하며 스윙 팁을 제공하는 것이다.
● PGA투어의 골프 스타일이 내게는 훨씬 잘 맞는다. 높이 올라갈수록 인내심을 가지고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해진다. 내게 맞는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맞지 않는 것을 견뎌야 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인내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적과 은행 계좌와 이성적인 판단이 그렇지 않다고 나를 설득하려 하는데도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는 생각을 고수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나의 다른 점이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에 많은 사람이 손을 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맷 네스미스 : 26세의 맷은 올해 PGA투어에 입성했으며 푸에르토리코오픈에서 공동 6위를 기록하며 탄탄한 실력을 발휘했다.
글_킬리 레빈스(Keely Levins)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