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섐보 우승은 US 오픈의 전통적 우승 방식과는 정반대”
가장 전통적인 US 오픈이 올해만큼은 모든 전통에서 벗어났다. 1931년 이후 6월 이외의 달에 개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무관중, 브라이슨 디섐보(27, 미국)의 우승.
디섐보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 골프클럽(파70)에서 끝난 대회 최종 4라운드까지 합계 6언더파 274타로 정상에 올랐다. PGA 투어 통산 7승이자 첫 메이저 대회 우승.
그간 디섐보는 '필드 위의 물리학자' 답게 수학, 과학을 이용해 여러 방면으로 골프를 연구했다. 모든 아이언의 길이를 7번 아이언 길이(37.5인치)로 똑같이 맞추고, 백스윙과 다운스윙 궤도가 동일한 면을 만드는 원플레인 스윙을 고안했다.
장타를 치기 위해 하루에 최대 3500kcal를 섭취해 약 20kg 가까이 체중을 늘려 '헐크'로 변신하기도 했다.
체중을 늘린 뒤 지난 7월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디섐보는 2개월 만에 US 오픈 정상에까지 올랐다.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에 일부에선 그를 '미친 헐크 과학자'라며 비웃기도 했다.
디섐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골프 경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내가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디섐보의 최종 라운드 페어웨이 안착률은 42%(6/14)에 불과했고 나흘 동안 41%의 페어웨이를 지키는 데 그쳤다. 그런데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적어냈고 유일하게 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깊고 질긴 러프에 빠지면 플레이할 방법이 없다는 대부분 선수의 예측을 무시한 결과다.
단독 5위를 기록한 잔더 쇼플리(미국)는 "모두가 페어웨이를 지키는 것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페어웨이 문제가 아니었다. 홀로 정확하게 멀리 쳐 러프에서도 6번 아이언 대신 웨지로 탈출하는 게 디섐보의 스타일"이라며 "그는 골프의 새로운 방향으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8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US 오픈 챔피언의 우승 방식과는 정반대여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디섐보는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었고 이 코스나 이 대회에서 본 방식이 아니었다"며 놀라워했다.
전통적인 US 오픈 우승 방식은 페어웨이를 지키고 정확한 아이언 샷을 만들어 훌륭한 퍼트로 타수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41%에 불과했던 디섐보는 최대한 티 샷을 멀리 보내 짧은 클럽으로 그린에 올리는 전략을 세웠다.
그 덕분에 그린 적중률 공동 5위(63.89%, 46/72)에 올랐고 퍼팅 공동 11위(1.60)를 기록했다. 아이언 샷, 퍼팅도 정확했다는 얘기다.
디섐보는 특히 퍼팅이 잘됐다며 "선수 생활하는 동안 퍼팅이 점차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디섐보는 의심하는 사람들은 무시하고 게임 스타일을 변화시키며 계속 발전하겠다는 각오다.
디섐보는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음 주엔 48인치 드라이버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