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에 걸쳐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만난 타이거
다섯 벌의 그린 재킷 그리고 그것보다 훨씬 즐거웠던 기억
마스터스를 가을에 갤러리 없이 치른다는 사실에 몰두한 나머지 다들 올해가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타이거 우즈는 1995년에 처음 이 대회에 참가했다. 11월 12일 목요일 1번홀에서 그의 이름이 울려 퍼지면 25주년을 맞게 된다.
그동안 나는 운이 좋게도 그를 여러 번 인터뷰했다. 다섯 벌의 그린 재킷을 막 차지하거나 자신의 뒤를 이어 챔피언이 된 선수에게 재킷을 입혀주는 버틀러 캐빈에서 자주 만났다.
그 사이에 그의 생각과 시각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해진 나는 지난 인터뷰를 뒤져서 특히 인상적이던 대화를 간추렸다.
1995. 4. 4 화요일 19세
Q. 골프를 시작하려는 흑인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당신 생각은 어떤가?
A. 나는 흑인뿐 아니라 전반적인 소수인종 또 아이들을 도우려고 늘 노력한다. 왜냐하면 모두를 돕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인종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가능한 범위에서 모든 사람을 도우려고 노력한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다. 중요한 건 그런 태도라고 생각한다.
1997. 4. 13 일요일 21세
Q.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최초 흑인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이기도 하다. 그런 점이 당신에게 남다른 의미일 텐데?
A. 큰 의미가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겠지만 나는 선구자가 아니다. 찰리 시퍼드, 리 엘더, 테디 로즈, 이런 이들이 길을 닦아준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처음에 골프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Q. 오늘도 그들을 생각했나?
A. 물론이다. 밤새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이 나와 이 골프라는 게임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했다. 18번홀에 올라갈 때 짧은 기도를 했다. 그들에 대한 감사 기도였다. 그들이야말로 이 모든 걸 해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001. 4. 8 일요일 25세
Q. 역사적인 의미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타이거슬램이 골프 역사에서 차지하는 순위는 어느 정도일까?
A. 아마 골프의 중요한 순간 가운데 하나 정도는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짧은 선수 인생에서 이룰 수 있었던 모든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운이 참 좋았다. 몇몇 순간에 행운이 따라준 덕분에 멋진 일이 일어났고 무엇보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나를 지원하고 응원해준 훌륭한 사람들이 곁에 있어준 덕분이었다. '
Q.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부모님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분이 코스에 나와 있는 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
A. 부모님이 그곳에 있는 모습을 보는 심정은 정말 특별했다. 어쩌면 1997년만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아버지가 심장 수술을 받은 해이기 때문이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2002. 4. 14 일요일 26세
Q. 오늘은 그린 재킷을 향한 여정과 어린 시절의 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 그런 꿈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오거스타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1986년에 잭이 17번홀에서 퍼트하는 장면이다. 그때 나는 열 살이었다. 그건 정말 대단한 플레이였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저 팔을 치켜들고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정말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나는 4월만 되면 이 대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005. 4. 10 일요일 29세
Q. 네 번째 그린 재킷을 차지하게 됐다. 아널드와 4승으로 동률이고 잭은 6승인데 이제 당신도 두 거물과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 얘기를 듣는 이 순간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A.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와 오늘 이 얘기를 나눴다. 운이 좋아서 우승한다면 그걸 아버지에게 바치자고 했다. 아버지도 여기(오거스타)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건강이 나빠 코스에 나와서 즐기지는 못한다. 이 모든 결과물은 아버지 덕분이다.
2019. 4. 14 일요일(위 사진) 43세
Q. 타이거, 버틀러 캐빈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 18번홀 그린에서 터져 나온 반응과 당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 뜨거운 열기. 그때 무슨 생각을 했나?
A. 오늘 그곳에 내 아이들이 있었다. 원을 한 바퀴 그린 기분이었다. 1997년에는 아버지가 여기 있었고 오늘은 내가 아빠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벅찬 기분이었다. 두 우승 사이의 간격이 내 생각엔 22년인가? 긴 시간이다. 이 모든 게 현실이 아닌 것만 같다. 어머니도 그곳에 있었다. 어머니는 1997년에도 여기 있었고 이보다 더 행복하고 신이 날 수가 없다. 정말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글_짐 낸츠(Jim Nantz) / 정리_인혜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ihj@golfdig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