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달아나자’…집에 연습 공간을 들여놓은 선수들
골프란 하루라도 쉬면 감을 잃는 운동이다. 골프 선수들은 자가 격리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집으로까지 연습 공간을 마련해 최소한의 연습을 이어갔다. 김시우(26)는 집 안에, 최나연(34)은 집 옥상에 네트를 설치했다. 이태희(37)도 집 마당에 네트를 조립했고 김성현(23)은 할머니 집 옥상에 GDR을 마련했다. 김세영(28)은 미국 집에 연습 그린과 웨이트 트레이닝 방을 따로 만들었다.
● 김시우
“마스터스를 마친 뒤 귀국해 11월 17일부터 12월 1일까지 자가 격리를 했어요. 격리 중엔 따로 밖에서 연습할 수 없어서 집에 연습 공간을 마련했죠.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으니까 언제든 마음대로 그때그때 운동할 수 있어 좋아요. 하지만 골프가 필드에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거리감, 방향성 등 좀 더 세밀한 연습을 하기엔 아쉬운 면이 있더라고요”
● 최나연
“미국 집에선 뒷마당과 차고에서 연습하고요. 운동 방에 밴드, 스트레칭용품, 조그만 필라테스 기구 등이 있어요. 한국 집엔 옥상이 있어서 거기에 네트를 설치했어요. 골프는 쉬면 감각을 많이 잃어버리는 운동이에요. 저 같은 경우 3~4일 골프를 쉬고 채를 잡으면 내 몸이 아닌 느낌, 생각한 대로 몸이 안 움직이는 느낌이라서요. 특히 격리할 때 연습한 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아, 옥상에서 연습할 때 이웃집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요. 피해 안 가도록 조심히 어프로치 샷 정도만 연습했습니다.”
● 이태희
“CJ컵에 같이 다녀온 사촌 동생 집에서 자가 격리를 했고 마당에 스킬즈의 지원으로 골프 네트를 조립해 연습했습니다. 격리하는 동안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는데 KPGA 코리안투어 최종전을 바로 준비해야 했거든요. 저 혼자 연습하는 거니까 아무도 없어서 마음 편하고 좋더라고요.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선수의 루틴이 망가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요. 홈 트레이닝도 하는데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 김성현
“격리 기간에 골프존에서 GDR(골프존 드라이빙 레인지·연습 전용 시스템)을 설치해줬어요. 경남 고성의 외할머니 댁에서 격리했고 주택 옥상에 GDR을 마련해 격리 후 바로 열린 코리안투어 최종전을 준비할 수 있었죠. 마냥 집에서 쉴 순 없잖아요. 원래 집에 있던 사이클, 웨이트 트레이닝, 덤벨 등을 할머니 집으로 다 옮겨놓고 혼자 운동했어요. 잔디에서 연습할 수 없으니까 아쉬운 대로 그렇게 감각을 끌어올린 거죠. 자가 격리가 처음이다 보니 이렇게 연습한 것도 처음이었는데요. GDR이 거리 측정이 정확하게 되니까 100야드 이내 웨지 샷, 캐리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퍼팅은 집 안에 매트를 펼쳐놓고 했고요. 사실 실내에선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골프가 워낙 예민한 운동이잖아요.”
● 김세영
“김세영의 경우, 미국 댈러스 집 2층 거실에 1~2m 짧은 퍼팅을 연습할 수 있는 연습 그린을 마련했고 언듈레이션까지 조성했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 방도 따로 만들어 요즘 집에서 운동을 많이 해요. 대근육(가슴•등•하체) 트레이닝으로 탄수화물 저장량을 늘리고 맨몸 운동으로 근육 비대는 방지하도록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런지 종아리•고관절 스트레칭과 런지 트위스트, 푸시업, 와이드 스쿼트, 변형 턱걸이, 벽 밀기 푸시업(상체 파워)을 기본 3세트 반복합니다. 운동 후엔 탄수화물(다당류) 위주의 식단으로 식사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고요.”_문기범(김세영 트레이닝 담당)
[주미희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chuchu@golfdigest.co.kr]
[사진=플레이앤웍스, 최나연, 이태희, K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