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10주년’ 맞은 양용은 “한국오픈은 미국 진출의 발판이었다” [코오롱 한국오픈④] 

2021-06-24     서민교 기자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은 미국 투어를 가게 된 중요한 발판이었다.”

양용은(49)은 아시아 국적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자다.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당시 전성기였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상대로 마지막 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해 전 세계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PGA 투어 메이저 대회 1승을 포함해 통산 2승을 수확한 양용은은 한국 남자 골프의 위상을 드높이며 후배들의 미국 투어 진출 길을 열었다. 양용은이 미국 투어 진출의 발판을 만든 건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양용은을 만난 건 24일 충남 천안시의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한 제63회 코오롱 한국오픈을 앞두고다. 그는 어느 때보다 여유로워 보이면서도 여전히 진지하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오픈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이 대회가 취소되면서 2년 만에 재개됐다. 그에게는 의미가 더 남달랐다. 그는 2006년 49회 대회와 2010년 53회 대회 두 차례 한국오픈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해가 두 번째 우승 10주년이었기 때문. 아쉽게 대회가 열리지 않았으나 올해 대회가 정상적으로 열리면서 기대감도 컸다. 

“지난 시즌 한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이 열리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선수들끼리는 상금 없이도 한국오픈은 대회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결국 대회가 치러지지 못했는데, 올해 다시 정상적으로 열리게 돼 다행이다.”

대회 횟수로 10주년을 맞은 그에게 내셔널 타이틀은 어떤 의미일까. 한국오픈 첫 우승은 미국 투어 진출의 문을 열어준 결정적인 계기였다. “한국에서 가장 큰 메이저 대회에서 두 번 우승을 했기 때문에 굉장한 영광이고 자부심을 느낀다. 또 나에게는 의미도 크다. 2006년 처음으로 내셔널 타이틀을 얻으면서 2년 뒤 미국 투어를 가게 된 발판이 됐고, 내가 더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됐기 때문에 뜻깊은 대회다.”

이 대회가 열리는 우정힐스는 난도 높은 코스로 유명하다. 하지만 양용은에게는 편안한 안방 같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어떤 코스를 가면 성적이 안 나오는 곳이 있는 반면 이 곳은 성적이 잘 나온 코스다. 아마 그동안 이 코스에서 플레이를 잘했기 때문에 눈에 더 잘 익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대회에 올 때마다 욕심이 난다. 이 코스에서는 어떻게 공략을 하고 플레이를 해야 할지 더 집중하게 돼 늘 즐겁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그는 연습 라운드 내내 후배들을 다독이며 ‘큰 형님’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실제로 그는 평소에도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후배들이 따뜻한 큰 형님으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며 껄껄 웃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후배들도 대회장에서는 모두 경쟁자다. 그는 “요즘 후배들은 비거리도 굉장히 많이 나고 스윙도 좋아 플레이를 잘한다”며 “이제 나는 나이가 들어 비거리도 젊은 선수들보다 떨어지고 밸런스도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어 그는 “최대한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최선을 다해 플레이를 하면 젊은 선수들을 넘어서지는 못하더라도 따라갈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 대회에 나서는 각오만큼은 젊은 선수들에 뒤지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오픈에서, 또 우정힐스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올해도 기대가 된다.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고 기왕이면 우승까지 하면 좋겠지만, 우선 예선 통과하고 톱 10에 들고 하루하루 집중해 마지막 날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에게 후배 중에 가장 까다로운 우승 경쟁 상대를 꼽아달라고 하자, “나 빼고는 다 경쟁 상대”라며 웃은 뒤 “경쟁 상대가 100명이 넘기 때문에 준비를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양용은은 내년부터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PGA 챔피언스투어 출전 자격을 얻는다. 그는 정규투어와 챔피언스투어를 병행할 계획이다. 또 욕심도 있다. “미국, 일본, 한국 시니어투어에 출전이 가능하다면 할 수 있는 곳은 다 하고 싶다. 정규투어도 마찬가지다.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 몇 년은 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잘 챙겨 먹고 늘 하던대로 체력 훈련을 하며서 대회를 준비하면 잘 되지 않을까.” 그는 하반기부터 일본 투어에 출전해 총 13~15개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서민교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min@golfdigest.co.kr]

[사진=조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