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벗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는 일은 흔하다. 종종 셔츠나 팬츠를 벗는 일도 있다. PGA투어 홈페이지의 비디오 카테고리에서 찾은 골퍼들의 탈의 모습에서 새삼 프로 정신이 느껴진다. 그들은 왜 벗을 수밖에 없었을까.
▲ 헨리크 스텐손
2009년 플로리다주 도럴골프리조트앤스파에서 열린 WGC-캐딜락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헨리크 스텐손이 상하의를 모두 탈의했다. 3번홀에서 날린 티 샷이 해저드 턱에 떨어진 것. 스윙하면서 진흙이 옷에 묻는 걸 피하기 위해 모두 벗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스텐손은 진흙 속에서 공을 무사히 탈출시켰고 아직까지 그 장면은 PGA투어에서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다.
▲ 드루 네즈빗
드루 네즈빗이 월요일 예선을 통해 참가한 2019년 혼다클래식에서 티셔츠를 벗고 활약했다. 티 샷이 페널티 에어리어에 살짝 잠겼지만 드루는 당황하지 않고 볼을 깔끔하게 걷어냈다. 핀까지 불과 50야드를 남긴 지점에 볼을 떨어트렸다. 세 번째 샷은 핀 근처에 붙여 파세이브로 홀을 마무리했다.
▲ 숀 스테파니
2017년 혼다클래식 최종일, 숀 스테파니가 헨리크 스텐손의 명장면을 재현했다. PGA내셔널골프클럽 챔피언 코스 6번홀(파4)에서 속옷만 남기고 셔츠와 팬츠를 모두 벗은 채 물속에서 플레이한 것. 물보라를 일으키며 샷을 했고 홀로부터 2.7m 남긴 거리에 볼을 붙였다. 하지만 아쉽게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해 파세이브를 지켜내지 못했다.
▲ 저스틴 로즈
2018년 취히리클래식 1라운드 3번홀에서 저스틴 로즈의 티 샷이 파3 그린 오른쪽 해저드에 빠졌다. 당시 해저드에는 악어들이 있었지만 두려움은 잠시 접고 바지와 양말을 벗은 채 해저드 속으로 들어가 볼을 탈출시켰다. 다행히 볼은 핀 근처에 붙었다. 이때 한 조로 플레이했던 헨리크 스텐손이 로즈의 하체를 찍고 있는 카메라 렌즈를 가리는 등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로즈는 “라운드 초반이라 밝은색 바지를 너무 지저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사진_미국PGA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