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로운 제주, 완벽한 옵션을 갖춘 골프 여행 추천

2022-06-29     인혜정 기자

도시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산책하듯 느긋하게 즐기는 골프를 비롯해 기대를 뛰어넘는 맛집, 시그너처 메뉴를 가진 카페까지. 에디터가 직접 가본, 모든 것이 완벽한 옵션을 갖춘 제주에서의 2박 3일.


DAY 1. 신비로운 초록 원시림
‘호사로운 제주’를 콘셉트로 한 이번 출장은 매우 낯설었다. 일부러 골프장 두 곳과 맛집 두 곳, 카페 두 곳을 제외하곤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심지어 모두 3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에디터의 기존 여행 방식과는 결이 달라 어색했지만 몸과 마음이 행복해질 작정으로 마침내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50여 분 달렸을까. 하루 묵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블랙스톤 제주에 다다랐다. 서둘러 체크인을 하고 셔틀 밴을 타고는 빌라로 이동했다(참고로 제주 블랙스톤은 호텔동까지만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고 빌라의 경우, 셔틀 밴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빌라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빽빽한 원시림 속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유럽의 대저택을 연상케 하는 고풍스러운 외관이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지는 실내는 고전적이고 우아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창문만 열면 보이는, 도심 속에서는 접하기 힘든 울창한 나무들.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마치 모든 것이 ‘여기서 푹 쉬다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그렇게 제주에서의 첫날 밤은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으며 포근한 침구에 싸여 잠이 들었다.

DAY 2. 대자연이 성큼
다음 날 아침, 첫 티타임으로 블랙스톤 제주의 북코스 1번홀로 향했다. 블랙스톤은 27홀(북코스 9H, 남코스 9H, 동코스 9H) 규모로 에디터는 북·남코스를 예약했다. 블랙스톤 제주는 한마디로 다소 거칠지만 대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오히려 더 아름다웠다. 한 홀 한 홀 전부 다른 매력의 정원으로 들어서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플레이했한 북코스는 한라산과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6번홀과 8번홀은 한라산을 정면으로 마주하는데 캐디가 말하길 1년에 10번 정도 한라산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탁 트인 페어웨이가 시원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줘서 ‘오늘 스코어가 잘 나오겠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오만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린 언듈레이션이 지나치다 여겨질 만큼 많아서 그린 주변까지 잘 지켜온 타수를 한순간에 잃기 쉬웠다. 캐디가 설명하기를 이곳에선 평소보다 적게는 5타, 많게는 10타 더 나온단다. 뷰가 가장 아름다웠던 홀은 8번홀. 동시에 가장 어려웠던 홀도 8번홀이었다. 티잉 에어리어는 보이지 않지만 왼쪽으로 넓게 펼쳐진 페어웨이에는 8개의 벙커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고비는 세컨트 샷에 있다. 두 가지 옵션 중 선택이 가능한데 안전한 플레이를 원하면 그린 쪽의 깊은 벙커로 향하는 왼쪽 페어웨이로 날리고, 모험을 원하면 십자가 모양의 벙커 무리 너머 나무 오른쪽으로 공을 날리면 된다.

이어서 남코스 1번홀. 이 코스는 넓게 펼쳐진 목장지대와 아름다운 해안선을 배경으로 차귀도와 당산봉이 바다 위로 솟아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북코스와 달리 페어웨이가 좁고 아기자기했다. 다행히 그린의 난도는 북코스보다 쉬웠다.

시그너처 홀은 6번홀. 광활한 평야와 바다의 전경이 이국적이었다. 참고로 이 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다면 해 질 무렵의 석양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체크하자. 블랙스톤 제주에서 더 머물고 싶어질 거다.

DAY 2. 작품 속에서의 하루
블랙스톤제주CC에서 라운드 일정을 마치고 20분 거리에 위치한 롯데아트빌라스로 향했다. 이곳에서의 숙박이 기대됐던 건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에서 생활해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롯데아트빌라스는 국내외 5명의 유명 건축가가 각각의 단지를 맡아 설계했다. 우리는 ‘일본 대표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룸을 예약했다. 구마 겐고의 건축 특징은 나무와 자연이 빠지지 않다는 점이다.

외관은 제주 오름을 형상화해 현무암을 쌓아 만든 건축물로 제주의 특색을 살렸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 젖은 현무암이 운치를 더했다. 내부는 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목재 파티션과 함께 목재 패턴이 천장으로 확장돼 유니크하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었다.

74평형, 3룸 구조로 주방을 중심으로 양쪽에 룸이 나눠져 있다. 두 가족이 머물러도 프라이빗하게 지내기 좋은 구조다. 거실과 룸은 통창을 적용해 개방감이 좋고 창밖 전면은 수목으로 시선을 차단해 마치 숲속에 머무는 듯했다.

주방 옆에는 다실이 마련돼 이색적이었다. 천장에 창을 만들어 잔잔한 빛이 스며든다. 해 지기 전 이곳에서 다과를 즐기며 잠깐의 여유를 가졌다. 명품 리조트답게 공간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테라스에 자리한 자쿠지, 각 샤워실에 마련한 히노키 욕조, 침실 안쪽에 배치한 드레스 룸은 지내는 동안 감동을 더했다. 어수선하게 놓여 있던 짐과 옷들을 드레스 룸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히노키 욕조에 몸을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녹는다. 제주 특유의 기운을 담뿍 느끼는 동시에 여행의 피로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그러면서도 포토제닉한 곳이다.

DAY 3. 제주 골프의 진한 맛
놀멍, 쉬멍을 즐긴 뒤 다시 골멍의 시간이다. 숙소에서 1km 거리의 롯데스카이힐제주CC에서 오전 티오프를 앞두고 골프장 드라이빙레인지에서 몸을 풀었다. 골프장 이용객은 5000원(1코인)만 내면 드라이빙레인지를 이용할 수 있다(일반 이용고객은 8000원에 2코인).

롯데스카이힐제주CC는 힐, 포레스트 코스(대중제), 오션, 스카이 코스(회원제) 총 36홀로 구성돼 있다. 우리는 한 달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렌터카여자오픈이 열렸던 스카이, 오션 코스를 경험했다. 스카이코스 1번홀 티잉 에어리어에 서자 롯데월드타워를 형상화한 티마크가 보는 재미를 더했다. 대회 코스였던 터라 잔디 관리는 잘 이뤄졌다.

페어웨이에 빽빽하게 식재한 벤트그래스는 부드럽고 푹신푹신하기까지 했다. 이곳에서 스코어를 지키는 비법은 그린에서 한라산 브레이크(한라산 쪽이 지면이 더 높은 현상)를 잘 읽는 것이다. 한라산 주변 골프장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사가 있다. 내리막 라인으로 봤는데 실제 오르막 라인으로 공략 거리가 짧을 수도 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다면 캐디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자. 또 친절하게 골프장 측에서 그린 주변에 한라산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설치해뒀다.

스카이 코스에서 난도가 가장 높은 홀은 4번(파5)이다. 500m의 긴 홀로 세컨드 샷 지점은 페어웨이가 두 개라 공략 지점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이 홀에서는 쌍무지개가 자주 관찰돼 크릭에 위치한 다리명을 레인보 브리지라고 부른다.

5번홀로 이동하며 제주 자연을 그대로 살린 건천을 건너는데 마치 자연휴양림의 숲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그래, 제주 골프의 맛이란 이런 거지. 조금도 허투루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골멍의 순간이다.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은 근사한 덤이다.

시그너처 홀인 7번홀(파4)은 하늘이 가깝게 보이고 전방에 한라산이 펼쳐진 짧은 오르막 홀이다. 그린 주변에 벙커가 많아 위협적이니 정확한 샷에 초점을 둬야 한다. 장해물이 없는 9번홀(파5)을 무난하게 마무리하고 인기 메뉴인  ‘돌문어 피자’와 신메뉴 ‘치즈돈가스’를 즐겼다.

두둑하게 배를 채운 뒤 오션 코스 1번홀(파4)로 이동했다. 세컨드 샷부터 산방산이 서서히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전방에 마라도가, 그린 뒤로 우보악 오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발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부려봤다. 1번홀처럼 아름다운 뒤태를 자랑하는 홀은 4번홀과 9번홀이다.

4번홀(파4) 전방엔 산방산, 후방엔 한라산이 마주 보는 내리막 홀이다. 그린 앞까지 호수가 펼쳐진 5번홀(파3)에서 하트 모양 그린에 볼을 예쁘게 안착시켰다면 그린 주변에 소담하게 피어 있는 찔레꽃을 여유롭게 감상할 시간이 주어진다.

오션 코스 6번홀 옆에는 롯데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무인 편의점이 그늘집을 대신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마지막 9번홀(파5)은 정면이 한라산, 후방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풍경에 취해 마지막까지 플레이에 소홀히 하는 건 금물이다.

세컨드 샷 지점에 보이지 않는 우측 해저드가 그린까지 연결돼 있어 세심한 공략이 필요하다. 오션 코스를 방문할 때는 2부 티오프를 추천한다. 산방산이 보이는 수평선으로 태양이 저물 때 화려한 제주의 노을을 만날 수 있다.  
 

글 = 전민선, 인혜정

사진 = 김시형, 손현곤(49비주얼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