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조아연의 대회 전 루틴 “Simple is the best”
KLPGA투어 통산 3승을 기록한 조아연의 담백한 루틴을 알아보는 시간.
스포츠 선수는 저마다 루틴이 있다. 마치 결투를 앞두고 선전을 기원하는 장수의 의식 같기도 하다. 분 단위까지 철저히 지켜야 하는 복잡한 루틴을 가진 선수도 있지만 의아할 정도로 루틴이 간단명료한 이도 있다.
조아연은 후자에 속한다. 샷을 하기 전은 물론 대회 전 꼭 지키는 점이나 동작, 절차 등이 대체로 간소한 편이다. 이유 역시 간단했다. “데뷔 때와는 달리 효율을 생각하게 됐어요.”
[조아연의 대회 전 루틴 일지]
■ 티 오프 1일 전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코스 세팅을 익혀요. 컨디션에 따라 나인 홀만 돌 때도 있어요.
연습 라운드 때는 라인을 가장 많이 확인해요. 세컨드 샷에서 그린을 공략할 때 얼마나 런이 생기는지 점검하고, 그린을 많이 살펴요. 그린은 전체적인 라인을 먼저 체크해요. 5m 이내 퍼터는 홀 위치가 1m만 달라도 라인이 엄청 달라져서 우선 롱 퍼터 라인을 확인해놔요. 10m 이상, 15~20m 정도를 체크해놓습니다.
■ 티 오프 2시간 40분 전
골프장에 도착 후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요. 헬스 트레이너 선생님들과 20~30분 정도 가볍게 운동을 합니다. 덜 풀린 몸을 깨우는 첫 번째 절차예요. 그리고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라운드 준비를 합니다.
■ 티 오프 2시간 전
먼저 밥을 먹어요. 특정 식단을 정해놓고 먹는 것은 아닌데 날 것은 안 먹으려고 해요. 또 수족냉증이 심해서 아침에는 최대한 차가운 것을 안 먹으려고 합니다. 무겁게도 안 먹으려고 해요. 배가 부르면 스윙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적당히 먹어요.
■ 티 오프 1시간 30분 전
야디지북을 보면서 핀 체크를 해놔요. 그리고 퍼팅 연습부터 시작합니다. 퍼팅 연습에 앞서 그린 스피드를 체크해요. 그린 스피드는 하루하루 달라지기 때문에 먼저 확인해놓는 편이에요. 롱 퍼팅, 미들 퍼팅, 쇼트 퍼팅 순서대로 연습해요. 물론 쇼트 퍼팅도 중요하지만 저는 미들이나 롱 퍼팅 거리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 티 오프 1시간 전
퍼팅 연습을 20~30분 정도 한 뒤에 샷 연습을 하러 나가요. 저희는 대회 당일 공 개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20분, 길어야 30분 정도면 다 끝나요. 처음에 도착하자마자 샷을 하면 티 오프 전까지 몸이 굳더라고요. 그래서 티 오프까지 최대한 가까운 시간에 샷 연습을 해요.
■ 티 오프 20분 전
라운드에 앞서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뒤에 다시 연습 그린에 갑니다. 그래서 퍼팅 연습을 다시 해요. 그린 스피드 감을 느끼기 위해서죠. 감을 느낀 뒤에 바로 필드로 나갑니다.
# 루틴도 기본이 중요
“루틴이요? 특별한 건 없는데….” 조아연은 머리를 갸우뚱했다. 그의 말처럼 조아연은 프리샷 루틴이 굉장히 간단한 편이다. 티를 꽂은 다음 연습 스윙으로 가볍게 채를 한 번 휘두른 뒤, 공을 보낼 방향만 확인하고 바로 샷에 들어간다.
그 흔한 에이밍도 하지 않는다. 조아연은 “채를 들고 에이밍도 해봤는데 티 뒤에서 코스를 전체적으로 보는 게 더 좋았다. 드로 칠까, 똑바로 칠까 이정도만 구상한 다음 공이 날아가는 걸 상상해보고 ‘여기 떨어졌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프리샷 루틴에서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방향성 잡기’다. 에이밍을 안 하는 조아연은 평소 연습장에서 방향성 잡는 연습을 많이 한다.
“저는 (타깃방향)이물질을 정해놓고 가까이서 헤드를 놓고 샷에 들어가는 편이 아니예요. 그래서 연습장에서 스틱 같은 걸 활용해 내가 보내고자 하는 방향에 잘 서고 있는지 체크해요. 가끔 ‘내가 잘 보고 섰다’ 싶어도 목표 지점보다 우측을 더 봤다거나 하는 등 틀어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이런 연습을 많이 하면 필드에서도 ‘저쪽으로 보내야겠다’는 판단이 섰을 때 자신이 있어요. 연습을 해봤기 때문에.”
원래부터 루틴이 간단했던 걸까. 조아연은 “2019년에 데뷔했을 때보다 연습량 같은 게 많이 줄었다. 라운드 전에 무조건 많이 샷을 하거나 연습한다고 해서 도움이 되진 않더라. 효율적으로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고 떠올렸다.
조아연은 정규투어에 입성하자마자 2승을 올린 뒤 쟁쟁한 동기들을 제치고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스윙 교정도 했으나 도움이 되진 않았고, 돌고 돌아 2022년 5월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에서 2년 7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다.
데뷔 4년 차인 조아연은 그동안 우여곡절을 꽤나 겪었다. 그리고 다시 정상에 오른 그가 얘기했다. “복잡하지 않게, 기본적인 루틴에 집중하자”고.
# 조아연이 추천하는 ‘기본 루틴 지키기’
① 전날 과음하지 않기
어처구니 없는 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웃음). 프로암에 가면 생각보다 전날 술을 마시고 오는 분들이 많아요. 과음하지 말고 푹 주무신 뒤에 좋은 컨디션으로 필드에 나가보세요. 저도 라운드 전날에는 일찍 잠에 들어요. 컨디션이 좋으면 훨씬 공이 잘 맞잖아요.
② 에이밍, 헤드업, 스윙 루틴 지키기
아마추어 분들은 제게 스윙 기술에 대해 많이 물어보세요. 하지만 에이밍, 스윙 루틴, 헤드업 같은 기본만 잘 해도 정말 많은 게 좋아져요. 간단하고 매일 듣는 말이겠지만 이게 참 중요해요. 프로들도 대회에 나가기 전에는 에이밍, 헤드업, 스윙 루틴 등 기본적인 것에 신경 씁니다.
③ 전날 연습 많이 하지 않기
라운드 전날 연습을 많이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막상 잘 쳐야 하는 날은 라운드 당일이잖아요. 프로들도 대회 전날 연습을 많이 하면 체력이 뚝 떨어져서 막상 당일에 체력 부담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무리하지 마세요.
사진=김시형(49비주얼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