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더 하면 되겠죠…?” 박민지, 왕관의 무게 견디는 중
[제주=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어제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씩씩하게 치려고 했어요.”
제주삼다수마스터스(총상금 9억원) 2라운드를 마친 박민지(24) 얼굴에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매 대회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그는 5일 2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에 그쳤다. 중간 합계 1오버파로 간신히 컷 통과에 성공했다. 이날 컷 기준은 2오버파.
1라운드 때는 퍼트(35개)가 안됐고, 이날은 샷이 잘 안됐다. 그는 “우선 샷을 못 하고 퍼트도 못했다. 어제는 퍼트를 더 못했는데 오늘은 샷을 더 못했다”고 애써 웃었다.
퍼터를 잘 바꾸지 않는 박민지가 2라운드에서는 새 퍼터를 들고나오며 어느 정도 개선은 했으나 경기력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새였다. 매번 잘할 수 없지만 항상 잘하고 싶은 게 선수 마음이다. 주변 누구보다 선수가 더 간절할 터다.
박민지의 최근 일정이 다소 빡빡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개막전은 건너뛰었지만 이후 대회는 내리 출전했다. 기권을 하기도 했지만 그 사이 3승을 챙기기도 했고, 7월 대보하우스디오픈까지 11개 대회를 소화했다. 이후 프랑스로 넘어가 처음으로 해외 투어 원정을 다녀왔다.
첫 원정이라면 대개 경험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다녀온다. 하지만 박민지는 첫 원정 대회인 아문디에비앙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6언더파 278타를 적어내며 공동 37위를 기록했다.
“너무 대회에만 집중해서 에비앙을 즐기지 못한 게 아쉽다”는 박민지는 다시 KLPGA투어 하반기를 위해 신발끈을 조였다. 다만 계속 대회만 출전하다보니 만족할 만큼 연습을 하지 못해 경기력에 불만족했다.
박민지는 “기초를 연습하면서 재정비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코스에만 있었다. 물론 틀어졌을 때 우승을 해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차근차근 다시 연습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6승을 쓸어담았던 박민지다. 어딜 가도 주목받고 우승 후보로서 기대를 산다. 선수에게는 큰 관심이 필요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 무승 때부터 주변 기대와 우승에 대한 부담, 우승을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등을 안고 살았다. 올해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때 우승 후 박민지가 유독 크게 기뻐했던 것도 ‘내가 다시 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였다.
박민지는 “에이밍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것 같다. 내가 본 걸 믿지 못해 스윙이 좀 틀어지는 것 같은데 이걸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니까 결과가 더 안좋아진다. 나에 대한 불신이 왜 생겼을까 생각해보니 연습을 더 하지 못해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습을 만족할 만큼 충분히 했다면 자신 있게 나설텐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수긍하고 넘어갈 수 테지만 현재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박민지는 “연습할 시간이 없어도 짬내서 하고 왔어야 했다. 프로라면 대회를 나오는데 변명이 필요없다”면서 “피곤하고 힘들고 주변에서 기대도 크지만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골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매 대회 컷 통과 중인 박민지는 대상포인트(2위·392점)와 상금왕(1위·6억5051만5714원)을 노린다. KLPGA투어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한 박민지는 여전히 더 큰 별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