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의 ‘어느 멋진 날’…홀인원 BMW·생일파티까지 “울컥했어요”
[원주(강원)=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좋은 것만 기억하고 가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최나연(35)에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은퇴 경기서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
최나연은 22일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3라운드에서 홀인원을 적어냈다. 전반 12번홀에서 친 아이언 샷이 홀 앞에 떨어져 그대로 굴러갔다. 어리둥절해 하던 최나연은 동반자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LPGA투어 공식 대회서 기록한 통산 네 번째 홀인원이다. 개인적으로는 15번째다. 부상으로 1억5000만원 상당의 BMW SUV차량 뉴X7을 받는다.
최나연은 “6번 아이언으로 페이드를 구사하려고 했는데 엄청 잘 맞았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잘 가서 날아가는 중간에 약간 ‘설마?’ 하고 느꼈다”며 “공이 없어지긴 했는데 안 믿겼다. 소수 갤러리 분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셔서 왜 그러지 하다가 (이)정은이가 ‘언니 들어갔어요’ 이래서 ‘진짜? 진짜?’ 하다 닭살이 돋기 시작하면서 환하게 웃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LPGA투어 마지막 무대다. 물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고별전은 남긴 했으나 이번 대회를 끝으로 최나연은 LPGA투어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최나연은 “약간 보상 받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동안 열심히 한 것에 대해서. 기뻐야 하는데 약간 울컥했다. 투어 생활을 오래했고 끝자락에서는 힘든 시기도 있었다. 그런 걸 다 보상받는 느낌이고 좋은 것만 기억하고 가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받은 차량은 직접 탈 생각이다. 최나연은 “내가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아직 차가 없다. 안그래도 차를 뭘 사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들어왔다”고 웃었다.
특별한 일은 또 있다. 이날 최나연 팬클럽이 응원 차 찾아왔고, 현장에서 생일파티를 열었다. 생일은 10월 28일이지만 그를 직접 볼 수 있는 대회장에 풍선과 케익을 들고 팬들이 축하 자리를 만들었다. 직접 만든 케이크에는 최나연이 그동안 우승한 장면이 새겨졌다. 알록달록한 풍선은 현역 선수 최나연과 행복한 이별을 바라는 팬들의 바람이 담겼다.
최나연은 “오늘은 오신 분들 사인, 사진 원하시는 거 다 해드리겠다”고 말했고, 팬들도 환호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는 “오늘이 되게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갤러리도 많이 오셨고, 최나연이 아직 아이언 샷이 좋구나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 같다. 내일은 성적에 상관 없이 찾아온 팬 분들과 사진도 찍고 하고 싶다. 또 홀인원은 보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고 하지 않나. 나 뿐만 아니라 보신 모든 분들 하는 일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사진=BMW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