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타짜의 꼼수 파헤치기 ①

2022-12-10     김성준

 

윌리 서턴이라는 희대의 은행 강도는 왜 그렇게 많은 은행을 털었냐는 질문에 “그곳에 돈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어떤 골퍼들에게는 골프 코스에서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작용하는 것 같다. 큰 돈이 걸린 내기가 아님에도 발 웨지로 볼을 쳐내는 골퍼를 아마 다들 한 사람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걸 염두에 두고 메이저 챔피언십의 킬러,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 전설적인 교습가와 유명한 내기 골프 고수들에게 그들이 목격한 최고의 속임수를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내용을 잘 봐뒀다가 음흉한 행동을 포착하고 어둠의 범죄자를 잡아내는 데 활용하기 바란다. 아니면 다른 식으로 적용해보거나(결과는 책임 못 진다).

러프에서 스윙 경로를 개선하기
볼을 휘감고 있는 풀을 헤치고 샷을 하거나, 백스윙 경로에 낮게 드리운 나뭇가지가 걸릴 위험이 있을 때는 마치 리본을 휘두르는 리듬체조 선수처럼 스윙을 휘둘러야 한다. 그래서 조금 사악한 마음이 동할 경우, 강력한 연습 스윙을 연거푸 하면서 스윙 경로에 걸리는 식물들을 다 쳐내고 깔끔한 경로를 확보하는 골퍼들도 있다. 인간 예초기가 따로 없다. 

더 좋은 라이를 찾아서 
엉뚱한 볼로 플레이를 하는 건 잘못이므로 양심적인 골퍼라면 볼이 깊은 러프에 빠져서 식별이 어려울 경우에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초등학생 시절 도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골퍼라면 깊은 풀숲에서 볼을 꺼냈다가 널찍하고 평평한 곳에 다시 내려놓는 방식으로 볼의 표식을 확인한다. ‘프리퍼드 라이’가 여기에 적용되는 개념이 아닐 텐데! 

곧은 티 샷을 위한 윤활유
명예의 전당에 오른 투수 게일로드 페리는 변칙적인 투구를 위해 바셀린부터 코딱지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을 공에 묻히는 걸로 유명했다(또는 악명이 높았다). 드라이버 페이스에도 뭔가를 바르면 효과가 나타난다. 립밤이나 선크림, 하다못해 침을 드라이버 페이스에 바를 경우 볼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이 줄고, 이것은 볼을 휘게 하는 사이드스핀의 감소로 이어진다. 더 이상 왼쪽이나 오른쪽의 난관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야바위질의 완성은 티잉 에어리어에서 걸어 내려갈 때 헤드커버를 씌우며 안쪽의 부드러운 면으로 페이스를 문질러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다.

▲적재적소의 적절한 볼 사용 
티 샷의 비거리를 최대한 늘여보겠다고 사용하는 돌처럼 단단한 거리증진 볼로 퍼트를 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손이 얼얼하다고? 버터처럼 부드러운 멀티커버 투어 볼을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그린에서 마크를 한 후 바꿔치기를 해보자. 과감한 사람이라면 그린 밖에서도 다른 포섬 일행들과 멀리 떨어져서 혼자 있을 때 볼을 바꾸기도 한다. 더 많은 스핀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슬그머니 홀에 더 가깝게  
퍼트 거리를 몇 인치 줄이는 게 스코어에 큰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지만, 속임수를 쓰는 골퍼의 입장에서는 심리적인 효과가 중요하다. 홀을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오는 1.2m 퍼트를 3~5cm라도 꼭 줄여야겠다면 마크를 할 때 볼 밑으로 동전을 힘껏 밀어 넣는 것부터 시작한다. 볼을 다시 내려놓을 때에도 엄지를 납작하게 눌러서 볼과 마크 사이의 거리를 은폐한다. 투어에서는 이렇게 마크하는 걸 ‘은근슬쩍 다가가기’라고 부른다.  

글_비공개 / 사진_스티브 보일(Steve Bo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