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혹은 실력?…우승 이끈 54만 달러짜리 ‘백스핀 벙커 샷’

2023-01-23     한이정 기자

빅터 페레즈(프랑스)가 기이한 벙커샷으로 롤렉스 시리즈 첫 승을 거머쥐었다.

페레즈는 23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링크스야스(파72)에서 열린 DP월드투어 롤렉스시리즈 시즌 첫 번째 대회 아부다비HSBC챔피언십(총상금 90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2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페레즈는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DP월드투어에서는 메이저 대회 급인 롤렉스 시리즈에서 첫 승을 잡았다.

페레즈는 이날 빼어난 샷 감을 발휘하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반 1, 2번홀에 이어 6, 7번홀에서 두 차례 연속 버디를 잡으며 경쟁자를 매섭게 추격하더니 후반 10, 11번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후반 14번홀(파4)에서 첫 보기가 나왔으나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바운스백에 성공하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사진=DP월드투어

백미는 17번홀(파3)이었다. 공동 2위에 한 타 차로 앞서고 있던 페레즈의 티 샷은 그린 주변 벙커에 들어갔다. 그린 앞 벙커는 그린보다 높게 있었고, 홀까지는 약 20m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린도 평평하지 않아 난도가 꽤 높았다.

페레즈가 힘 있게 벙커 샷을 시도했고, 한 번에 빠져나온 공은 핀을 약 3m 정도 지나쳐 떨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장면이 연출됐다. 공이 그린 내 경사를 살짝 맞더니 반대로 또르르 굴러 그대로 홀에 빨려들어갔다. 이를 본 페레즈는 캐디와 ‘가슴 부딪히기’ 세리머니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 벙커 샷으로 두 타 앞서게 된 페레즈는 18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했음에도 우승을 하게 됐다. 우승 상금은 153만 달러(한화 약 18억8700만원). 만약 준우승을 했다면 99만 달러에 만족했을 것이다. 페레즈에게 54만 달러(6억6582만원)와 DP월드투어 3승째를 더 안겨준 벙커 샷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기적의 벙커 샷이다”면서 “핀 뒤 경사면을 활용해 백스핀을 잘 시도했다. 용감한 플레이가 필요로할 때 그는 단호하게 결정했다”고 조명했다. 미국 골프채널 역시 페레즈의 벙커 샷을 두고 “일생일대의 샷이다”라고 소개했다.

페레즈는 “비시즌을 정말 잘 보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울먹거리며 “벙커 샷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바람을 탔고 홀까지는 내리막인데 평평했다. 적어도 홀까지는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껍게 치면 넘어갈 수 있었다. 약간 얇게 맞긴 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