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사례로 본 상황별 이미지 트레이닝 4가지

2023-09-26     인혜정 기자

두뇌와 함께 감각을 동반한 심상을 통해 스윙 오류와 멘탈을 바로잡을 수 있다. 한국스포츠심리개발원의 김필중 대표가 KLPGA투어 선수들의 사례로 본 상황별 이미지 트레이닝에 대해 설명한다. 

심상과 상상의 차이는 ‘감각’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고 들어본 ‘이미지 트레이닝’의 정식 명칭은 심상(Imagery)이다. 심상은  시각화(Visualization), 정신적 리허설(Mental rehearsal), 상징성(Symbolic), 은밀한 연습(Covert Practice), 정신적 연습(Mental Practice)’ 등으로 불린다. 골프 멘탈 스킬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심상을 꼽겠다.

골프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심상에 대해 남긴 말이다. “나는 연습할 때도 매우 집중된 상태로 상상하기 전에는 공을 치지 않는다. 마치 생생한 영화와도 같다. 먼저 공을 떨어뜨릴 지점을 바라본다. 그다음에는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상상이 끝나고 나서야 공으로 다가간다.” 

심상의 특징은 두뇌와 함께 감각이 동반해 작동한다. 방금 냉장고에서 막 꺼내 차가운 레몬을 반으로 잘라 촉촉하고 오돌토돌한 면을 잡고 크게 한 입 먹어보자. 어떤 맛인가? 어떤 향인가? 그리고 입에 침이 고여 있는가?

바로 이것이 심상을 한 것이다. 상상으로 이뤄진 과일 먹기에서도 우리의 몸은 반응해 그 신맛을 느끼거나 실제로 침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심상과 상상의 차이점 중 심상은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우리 오감을 자극하며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지금부터 투어 프로들은 어떻게 심상을 활용하는지 사례를 알아보도록 하자.

Case 1 . 리듬 심상으로 항상 잘 치는 선수가 된 우승자
A는 기술적으로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였다. A선수는 상위권에 꾸준히 위치하며 자주 우승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는 ‘스윙 루틴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그 솔루션으로 ‘리듬 심상’을 시작했다.  

리듬 심상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골프 클럽을 실제로 스윙하지 않는 상태에서 스윙하는 리듬을 지속적으로 느낀다. 이 리듬을 조금 빠르게 또는 느리게 해본다. 그러면서 적절한 리듬을 찾아 반복한다. 

이 리듬 심상은 공을 치기 전부터 셋업하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다. 이것을 동적인 셋업이라고 한다. 신나는 음악이 들릴 때 나도 모르게 몸을 들썩이거나 손가락이 꿈틀꿈틀하는 것과 같다. 그 상태로 백스윙을 시작해 스윙하면 된다. 

A선수는 이 방법으로 우승을 하는 순간, 자신의 스코어나 순위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복잡한 생각으로 스윙의 흐름이 깨지거나 특정한 신체에 힘이 들어가는 문제도 개선했다. 그 이유는 온전히 스윙 리듬에 몰입한 상태로 자연스럽게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

어떤 머리를 썼을까?
음악적 감각이 훌륭하고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은 측두엽이 잘 발달해 있다. 측두엽은 청각과 리듬감을 주로 담당한다. 또 가까운 곳에 있는 소뇌는 반응적 움직임 및 협응적 움직임과 연관성이 깊다. 따라서 메트로놈 소리나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리듬 심상을 할 수 있는 기초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Case 2. 볼 심상으로 되찾은 우승
얼마 전 KLPGA투어 경기를 중계하던 중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B선수가 스윙을 하고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카메라는 날아가는 공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공을 찾을 수 없었다. 

사실 B선수는 아직 공을 치지 않았다. 그는 연습 스윙을 실제 스윙과 똑같은 느낌으로 하고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심상하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날아가는 공이나 굴러가는 공을 심상하는 것을 ‘볼 심상’이라고 한다. 

B선수는 고교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프로 무대에서도 수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끝없이 노력하는 성실한 선수다. 그런 B선수가 어느 날 샷과 어프로치에 대한 자신감이 하락했다. 

‘어떻게 스윙을 해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연습해온 B선수는 공이 어디로 어떻게 갈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B선수는 스윙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며 구질이 항상 똑바로 가는 심상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드로(Draw)를 치는 스윙을 할 때 드로 구질을 심상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또 페이드, 하이 볼, 로 볼도 동일하게 심상을 하고 샷을 하는 훈련을 했다. 간단한 방법은 연습 스윙을 하면서 어떤 구질이 나올 것인지 예측하는 동시에 날아가는 공을 심상한 것이다.

어떤 머리를 썼을까?
볼 심상은 시각적 심상이다. 인간이 지각하는 감각 정보 중 가장 강력하게 지각되는 것이 시각이다. 가장 훈련하기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시각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두뇌 영역은 후두엽이다. 다만 모니터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평상시에도 후두엽은 혹독하게 노동하고 있다. 따라서 후두엽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각적 심상을 하기 전만이라도 잠시 눈을 감고 쉬는 것이 좋다. 

Case 3. 심상 라운드로 투어 프로 데뷔하기
C선수는 경기에 나가기 전 긴장감과 불안을 느끼지 않고 자신만만하다. 그러나 첫 티 샷을 앞둔 상황에서 수많은 생각과 손 떨림을 동반한 불안을 느낀다. 그렇게 시작된 라운드는 정신없이 흘러가며, 내가 무엇을 어떻게 쳤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항상 안타까운 결과로 끝난다. 

불안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C선수와 함께 연습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경기 코스의 야디지 북을 꺼냈다. 1번홀 티 샷을 심상하며 드라이버를 친다. 

그리고 그 샷의 결과를 예측하고 다음 세컨드 샷을 준비한다. 이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느낌을 갖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실제로 그 경기장에 있는 것과 같이 느끼고, 그 감정을 이야기하고, 다음 샷을 준비했다. 그렇게 18홀의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것이 정신적 리허설이다.

마치 스크린 골프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스크린 골프의 경우 유사한 환경 속에서 연습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자체적으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긴장도를 느끼는 것에서 차이가 
난다. 

이러한 ‘심상 라운드’는 비용 절감·시간 감소·부상 방지 등의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점은 상황과 감정 동기화에 있다. 심상을 통해 미래에 있을 경기 상황을 미리 경험하고, 그 상황에서 느끼는 신체적·심리적 반응을 심상해 대처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는 외부 상황과 심리 상태 그리고 생리 반응과 인간 행동이 하나의 프로세스로 이뤄진다는 ‘심리 생리적 정보 처리 이론’에 의한 것이다. C 선수는 당시 KLPGA드림투어(2부)에서 우승을 하고 현재 KLPGA투어에서 활약 중이다.

어떤 머리를 썼을까?
사고 인지와 지각 판단을 하는 대표적 두뇌는 전두엽이다. 특히 전전두엽은 집중을 할 때와 중요한 순간에 판단을 할 때 활성화된다. 심상 라운드는 골프 코스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대처와 코스 매니지먼트를 통한 위기 예방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심상 라운드를 훈련할 때 우리의 전두엽은 열심히 일하게 된다. 경기 중 선수들이 먹는 바나나는 전두엽에 영양을 공급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Case 4. 심상으로 스윙 교정하기
D선수는 프로에 막 입문했을 때 잘못된 ‘톱 오브 더 스윙’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백스윙을 하면 헤드가 타깃의 우측을 향해 있었다. 그는 스윙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백스윙 크기를 줄여보기도 하고 멈춰보기도 하면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이미 오랜 시간 습관이 된 자세를 고치기 어려웠고, 긴장되는 순간에는 영락없이 그 동작이 나왔다. 그 동작은 D 선수의 다운스윙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에게 잠시 연습을 멈추길 권했다. 잘못된 동작으로 반복된 연습을 하는 것은 ‘나쁜 습관’을 학습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D선수가 연습을 중단한 기간 동안 우린 스윙을 심상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스윙을 심상할 때 잘못된 동작을 먼저 심상하며 그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고 난 뒤 다시 개선된 스윙을 심상하며 그 감각을 느낀다. 두 스윙의 감각적 차이를 인지하고 이 과정을 반복했다. 

며칠 후 D선수는 선택적으로 두 가지 스윙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 잘못된 스윙을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니 제가 해야 할 스윙의 톱 포지션을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어떤 머리를 썼을까?
운동 동작은 매우 복잡한 신경계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두뇌의 운동영역(Motor area), 전운동영역(Premotor area), 보조운동영역(Supplementary motor area)의 주된 활동으로 운동 행동을 지각하고 다시 프로그램화해 작동시키는 것이다. 

Tips
아마추어 골퍼에게 추천하는 심상을 통한 스윙 교정
좋은 스윙을 갖고 싶은 아마추어 골퍼에게 추천한다. 보통 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프로들의 스윙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프로들의 스윙 모습은 볼 수 있지만, 그 내부의 감각을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좋은 이미지 트레이닝은 아주 느린 슬로모션으로 바람직한 자신의 스윙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평소보다 더 많은 감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 느낌을 반복적으로 기억하며 스윙 동작을 한다. 그렇게 지각하게 된 감각을 기억하며 눈을 감고 자신의 스윙을 플레이한다. 그리고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