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MOI 전쟁②] 우리가 몰랐던 'MOI'의 중요성
MOI는 관성모멘트를 뜻하며, 관성(Inertia, 이너셔)은 ‘움직이거나 정지된 모든 물체는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계속 그 움직임 혹은 정지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관성이 회전체에 작용하는 것이 관성모멘트이며, 회전 관성이라고도 부른다.
골프 클럽의 관용성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MOI는 클럽 헤드가 빗맞은 샷에 대해 얼마나 저항력이 있는지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MOI 수치가 높을수록 빗맞은 샷에 대한 헤드의 비틀림 저항이 커지고, 클럽의 관용성이 높아진다.
피겨 스케이팅의 스케이터가 빙판 위에서 회전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MOI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스케이터가 빙판 위에서 팔을 넓게 벌린 채 회전을 시작하는 경우 높은 MOI가 만들어지며 몸의 회전이 느려진다. 반대로 스케이터가 회전하면서 팔을 몸에 끌어당길 경우 낮은 MOI가 생성되며 몸의 회전이 훨씬 빨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팔을 몸에서 쭉 펴서 팔의 질량이 신체의 중심에서 멀어지게 된다면 높은 MOI가 생성되고 느린 회전이 나타난다. 반면 팔을 몸에 붙이면 낮은 MOI로 인해 더 빠른 회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MOI가 골프와 골퍼에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
MOI는 사실상 골프 클럽을 "관용성"을 만드는 요소다. 공이 더 똑바로 나가기를 원한다면 드라이버의 MOI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오늘날 드라이버 크기가 큰 이유 그리고 드라이버 크기가 최대 460cc로 제한되는 이유는 결국 MOI 때문이다. 헤드를 크게 만들수록 헤드의 질량이 헤드 가장자리로 더 많이 이동(분산)하고 클럽 헤드 중앙에서 멀어지게 된다(스케이터가 회전 중 팔을 넓게 벌리는 것과 같음). 이로 인해 관용성이 높은 클럽이 만들어진다. MOI가 높기 때문에 페이스 중앙에서 벗어났나는 샷을 해도 헤드의 비틀림이 적어지게 되고 더 관대한 클럽이 되는 것이다.
◆ 높은 MOI로 스코어를 지켜라
데이터 골프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골퍼들은 론치 모니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헤드 스피드, 볼 스피드, 스매시 팩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거리와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더욱 긴 비거리에 대한 욕망을 가진 골퍼들은 자연스럽게 드라이버의 관용성과 관성모멘트 그리고 스핀 등 드라이버가 보여주는 객관적 데이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드라이버 페이스의 반발력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클럽 제조사들은 볼 스피드 향상을 위해 페이스의 고반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더 넓어진 고반발 영역은 중심에서 벗어난 샷에도 더욱 빠른 볼 스피드로 비거리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빠른 볼 스피드를 얻었다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관용성이다. 아무리 빠른 볼 스피드를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코스 밖으로 날아가버린 볼은 스코어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제는 비거리와 관용성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드라이버를 만들어내는 시대는 지났다. 스윙 스피드가 빠른 골퍼들의 비거리를 보전하면서도 높은 MOI로 관용성까지 잡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클럽 제조사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 드라이버의 비거리만 비교하는 시대는 끝났다. 클럽 제조사들이 빗맞은 샷의 비거리 손실을 줄이기 위해 페이스 주변부의 반발력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했던 것처럼 최고의 관용성을 만드는 MOI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신제품 드라이버가 출시될 때마다 의례적으로 사용되는 관용성 향상이라는 문구도 이제는 객관적 수치를 제시해 골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어떤 클럽 제조사가 비장의 무기를 준비해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모두 지켜봐야 할 때다.
사진_이종수(49비주얼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