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윤이나, 조용한 복귀전…샷 감기자 갤러리가 나섰다

2024-04-04     한이정 기자

[서귀포(제주)=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1년 9개월 만에 돌아온 윤이나는 비교적 조용히 복귀전을 치렀다.

윤이나는 4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위브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서 복귀를 알렸다. 2022년 오구플레이로 징계를 받은 뒤 약 1년 9개월 만이다.

그는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잘못된 공으로 플레이했고 한 달 뒤 자진신고했다. 그러나 위반 사실을 숨기다 상당 기간이 지나서 자진 신고했고,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는 이유에서 대한골프협회(K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로부터 3년 중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KGA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해 9월 징계를 1년 6개월로 감경했고, KLPGA 역시 지난 1월 같은 결정을 내리며 윤이나는 국내 개막전부터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윤이나는 조용하게 복귀전을 준비했다. 12시5분 티오프였지만, 30분 넘게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했다. 윤이나를 보기 위해 연습 그린에 취재진과 관계자가 북적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11시50분께 1번홀로 나섰다. 이미 연습 그린부터 1번홀 가는 길까지 갤러리가 줄을 지었다. 도로 양쪽에 일렬종대로 서있었다. 1번홀에만 약 300명이 몰렸다. 윤이나와 KLPGA투어 대표 장타자 방신실, 황유민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번홀로

윤이나가 인파를 뚫고 1번홀 티잉 구역에 들어섰다. 티 샷을 할 순서가 되자, 윤이나는 갤러리를 바라보며 고개숙여 인사했다. 이후 장기인 장타를 발휘. 드라이버로 티 샷을 241.2야드를 날려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갖다놨다. 버디 퍼트를 놓쳐 파로 마무리했지만, 복귀전 첫 홀을 잘 마무리했다.

윤이나를 응원하기 위해 팬클럽이 유독 조용했다. 흔히 들리는 ‘굿 샷’도 잘 나오지 않았다. 관계자는 “대회 전 팬클럽에서 윤이나의 복귀전인 만큼 조용히 하자고 공지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2번홀(파4)에서는 샷이 벙커에 빠졌다. 벙커 턱 쪽에 떨어져 라이가 좋지 않아서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렸고, 파 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기록했다. 

첫 버디는 4번홀(파5)에서 나왔다. 장타자는 투 온 공략이 가능한 곳에서 윤이나와 황유민, 방신실 모두 투 온을 노렸다. 윤이나가 투 퍼트로 마무리하며 버디를 잡았다. 이를 본 사람들은 다들 ‘나이스 버디’를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1번홀에서
9번홀에서

9번홀(파4)에서는 윤이나가 티 샷을 하자 갸우뚱했다. 왼쪽으로 크게 감긴 듯 했다. 잠정구를 치고 다음 플레이를 하러 갔는데, 주변에 있던 갤러리가 윤이나 공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공을 발견한 갤러리들은 윤이나에게 공이 있는 위치를 알려줬다. 이를 들은 윤이나는 캐디와 공이 있는 방향으로 가서 공을 확인했고, 카트 도로로 인한 무벌타 드롭으로 구제를 받은 뒤 두 번째 버디를 낚았다.

이때 윤이나의 비거리는 313.5야드가 찍혔다. 윤이나의 티 샷은 카트 지붕에 맞고 떨어졌다. 공은 카트 도로를 구르다 그린으로 가는 길에 있던 나무 다리까지 넘어가더니 멈춰섰다. 홀까지 남은 거리가 54.3야드 밖에 남지 않았다. 카트와 도로가 윤이나를 도운 셈이다. 

윤이나는 후반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하나 더 잡은 뒤 남은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했다. 복귀전 첫날 성적은 2언더파 70타.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62.26야드가 찍혔다. 그린 적중률은 88.89%. 복귀전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