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골프할 수 있을까…?” 박민지, 눈물의 ‘최초 4연패’
“헬맷 있잖아요. 어느 날에는 ‘그걸 밖에 쓰고 다닐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럼 바람이 불어도 나갈 수 있잖아요.”
박민지가 9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더레전드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셀트리온퀸즈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에서 우승하고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다. 물론 아플 때도 곁을 지켜준 캐디 이야기를 하면서 쏟은 감동의 눈물이었지만, 박민지는 평소에도 우승하면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선수다.
그만큼 마음 고생이 많았다. 갑자기 찾아온 삼차신경통. 보통 중년배가 많이 걸리는 병이지만, 박민지는 고작 20대 중반이다.
심지어 통증이 머리로 왔다. 평소 아픈 걸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통증이 어느 정도 심했냐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칼로 누가 쑤시는 것 같았다”고 웃었다. 바람이 불면 밖에 나가지 못했고, 머리를 잘 감지도 못했다.
평생 밖에 나가지도, 앞으로 골프를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민지는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과 좋은 생각을 하며 버텼다. 운이 좋게도 3월 말부터는 통증이 없어져 골프를 다시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박민지는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4연패 기록을 앞두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박민지는 “주변에서 ‘4연패 하세요’ 하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다 한 귀로 흘렸다.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던 우승이 이 대회에서 나올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회장에 오는 것도 부담이었다. 대회 내내 박민지의 4연패에만 초점이었다. 통산 18승이나 한 박민지지만, 첫 승을 앞둔 때처럼 덜덜 떨었다. “예전에는 자신감이 넘쳐서 다 잘될 거라 생각했다.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10번홀까지만 해도 ‘챔피언 조 앞 조만 돼도 좋았을 걸’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11번홀부터 술술 풀렸다. 안 좋았던 퍼트 감도 따라줬다. 박민지는 “하늘이 정해준 우승이다”고 웃었다.
이제 현재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일만 남았다. 박민지는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과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려고 한다”면서 “목표는 20승이다. 퍼터 연습을 더 많이 하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 같다. 올해 안에 꼭 이뤄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