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에 죄송하다” 눈물 쏟은 국민 영웅…박세리는 ‘희망’을 외쳤다

2024-06-19     한이정 기자

[삼성동=한이정 골프다이제스트 기자] “이런 사소한 개인적인 문제로 헛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골프는 몰라도 박세리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민에게 박세리는 영웅적인 존재다. 국가가 힘든 IMF 시기에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그런 박세리가 가족 일 때문에 눈물을 쏟았다. 박세리희망재단은 아버지 박준철 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박 씨는 재단 법인 도장을 위조해 사용했고, 재단은 관련 기관으로부터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연락을 받아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재단은 이사회를 통해 박 씨를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재단 이사장인 박세리가 결정한 일이다. 박세리도 한 표를 던졌다. 박세리는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고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질의응답을 이어가던 박세리는 결국 눈물을보였다. 박세리는 “눈물이 안 날 줄 알았다. 너무 화도 난다”면서 “아버지를 계속 막았다. 반대하고 아버지 말에 찬성한 적도 없다. 그러나 내 선택 권한은 없었다. 나는 내 길을 갔고 아버지도 갈 길을 가신 것 뿐이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토로했다.

박세리.
2016년
LPGA투어

전부터 박세리가 아버지의 채무를 탕감해줬다.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박세리는 “갑자기 이런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우리 재단은 모든 비즈니스가 불가능하다”면서 “내 아버지이기 때문에 채무 문제를 변제했지만 더 이상 내가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선을 넘었다. 하나가 정리되면 또 다른 게 나왔다. 거짓말처럼, 누군가 줄 서있는 것처럼 나오더라. 그래도 가족이라 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 내게 어떤 채무 관련 문제가 와도 책임지지 않겠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세리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는 있다. 은퇴 후 자신이 정한 ‘제2의 인생’을 떳떳하게 살고자 한 것.

박세리는 “나는 확고하게 내 길을 정한 사람이다. 가야 할 길, 방향, 꿈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더 확실하게 밝히고 가야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꿈을 이루고자 열심히 달려가는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은퇴하고 회사를 만들어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다. 유망주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오늘부터는 그 마음이 굳건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아버지 채무를 갚아주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고 지금의 화를 더 부른 것 같다”면서 “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교훈인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많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또 다른 교훈을 얻는 것 같다. 살다보면 별 일이 많고 거기서 교훈을 얻는데, 거기서 신중하게 더 크게 넓고 보며 살아가겠다. 아직까지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고 더 열심히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세리희망재단은 유망주 후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용인시와 협업해 선수 후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