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기만성형…조금씩 성장하는 날 보며 희망 얻으시길”

2024-08-18     한이정 기자
더헤븐스

서른이 넘어서야 첫 승을 품에 안은 배소현이 3개월 만에 2승째를 거머쥐었다.

배소현은 18일 경기도 안산시 더헤븐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더헤븐마스터즈(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았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를 기록한 배소현은 3차 연장에서 버디를 낚으며 첫 승을 노리던 서어진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5월 E1채리티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약 3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2라운드에서 10언더파 62타를 몰아치고 10년 전 코스레코드를 경신,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배소현은 최종 라운드에도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기회를 살려냈다.

배소현은 “첫날 다들 잘해서 컷 통과를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면서 “더헤븐컨트리클럽으로 이름이 바뀌고 처음 왔는데 초대 챔피언이 돼서 영광이다. 지난 전지훈련 때 쇼트게임을 보완한 게 타수 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주 대회 전에는 스케줄을 모두 빼고 레슨과 연습에만 집중했는데 그 부분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한 층 성숙해진 모양새다. 배소현은 “연장전은 버디 싸움이라 생각했다. 오늘 서어진 선수의 아이언 샷이 좋다는 걸 18홀 내내 봤기 때문에 연장전을 길게 봤다”면서 “정규 라운드 18번홀에서 오랜만에 정말 떨렸다. 퍼트를 놓치고 ‘이겨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실망했다. 그래도 연장전이라는 기회가 남았으니 기회를 잡아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KLPGA투어는 서른이 넘은 선수가 얼마 없다. 3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은퇴를 떠올린다. 선수 생명이 짧은 셈이다. 그러나 배소현은 오히려 서른이 넘어서 꽃을 피우고 있다.

배소현은 “연습장에서 한 팬 분이 나를 알아보시고 ‘2부투어 때부터 팬이었다.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둬 보는 내가 다 기분이 좋다’면서 ‘사람마다 피는 시기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이 배소현의 시기인 것 같다’고 응원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골프에 한정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은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면서 “나는 정규투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조금씩 결과를 얻어나가며 좋아졌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보며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내 꿈은 선수 생활을 길게 하는 것이고, 나는 선수 생활을 좋아한다”면서 “시드 확보에 안주하지 않고 한 해, 한 해를 중요하게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