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 인터뷰] 영광의 잰더 쇼플리

2024-12-13     한이정 기자

우주비행사 혹은 과학자? 어린 시절 누가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친구들을 따라 그렇게 대답했다. 여느 또래와 크게 다를 것 없던 어린 잰더는 유독 골프할 때 남달랐다. 연필 대신 골프채를 잡을 때부터 세운 목표는 오직 커리어 그랜드슬램. 이제 마스터스와 US오픈만 남았다.

 

“안녕하세요.” 악수를 청하는 잰더의 손을 잡고 깜짝 놀랐다. 솥뚜껑 같은 손바닥이라는 표현이 제격이었다. 찰나에 느껴지는 꺼끌꺼끌하고 두꺼운 굳은살은 그가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 데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증명했다. 2024년을 돌이켜보면 어떠냐는 질문에 잰더는 잠시 생각하더니 “인상적이다”라며 활짝 웃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만족스러운 성과였던 걸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 일본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팬 미팅을 진행했다. 기분이 어떤가? 올해 가장 특별한 경험이다. 이런 행사 자체가 특이하지 않나. 중요한 행사에서 의미 있게 보낸 2024년을 스크린으로 되돌아보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 지금까지 만난 팬 중에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 있다면? ‘칼(Cal)’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16~17세 정도 됐을 거다. 나를 많이 따라다니며 응원해준다. 내 팬페이지(@xanderlegion)에서 활동하면서 나를 열정적으로 기록해주고 있어서 내게도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 내가 데상트골프 옷을 입기 시작하자, 미국에서 직접 데상트골프 옷을 구해 입고 오기도 한다. 디오픈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클라레 저그를 그 아이에게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 PGA투어를 마치고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무엇을 하며 쉬었고, 휴식기에는 연습을 얼마나 하는가? 조조챔피언십 출전 때문에 연습은 계속해왔다. 이제 3주 정도는 아예 골프 생각을 안 하고 회복과 휴식에만 집중할 거다. 이후에는 투어 복귀를 준비해야 하니 비시즌이라고 해도 골프채를 놓을 수 없다. 적어도 일주일에 여섯 번 정도는 필드에 나가 훈련할 예정이다. 보통 코스에서 짧게는 3시간, 길게는 9~10시간 정도 연습한다.

● 세계 랭킹 2위, PGA투어 페덱스컵 5위, 메이저 대회 2승, 올림픽 톱 10. 이번 시즌 성과가 좋은데 얼마나 만족스럽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당연히 메이저 대회 2승이다. 18번홀에서 마지막 퍼트를 하는 순간과 홀에서 빠져나갈 때 들은 갤러리의 함성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올해 31세가 되면서 메이저 대회 우승 커리어를 쌓고 있는데, 여기서 더 멈추지 않고 다음 시즌을 더 철저히 준비해 앞으로 나아가겠다.

● 올해 데상트골프와 의류 계약을 맺고 좋은 성적을 냈다. 데상트골프 옷에 대해 평가해보자면? 데상트골프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왠지 오래전부터 줄곧 함께했던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PGA챔피언십이 열리는 곳은 더웠고, 디오픈챔피언십 때는 스코틀랜드 특유의 추운 날씨에 적응해야 했다. 장소에 따라 날씨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의류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데상트골프 옷은 기능성이 뛰어나 선수 입장에서 편안하다. 특히 디오픈 때 입었던 캐시미어 니트는 부드럽고 따뜻해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옷이다.

● 메이저 대회처럼 압박을 많이 받는 순간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연습밖에 없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우승 경쟁을 할 때마다 나는 늘 연습했던 리듬과 템포를 머리에 되새기며 준비한다. 골프할 때는 감정을 절제하려고 한다.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내 기분이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 메이저 대회 우승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우리 팀은 내가 좋은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도록 늘 도와준다. 또 멘탈적인 부분은 아버지로부터 나왔다. 내가 아홉 살 때부터 머릿속에 넣어왔던 것이니 22년 동안 멘탈 훈련을 한 셈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2승을 했으니 곧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꼭 하고 싶고, 이뤄질 거라 생각한다.

●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정말 솔직하게 또 가고 싶다. 2018년 더CJ컵에 출전하기 위해 제주도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먹었던 돼지 바비큐가 정말 맛있었다.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아서 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일정이 쉽게 맞지 않는다. 언젠가 한국에 갈 기회가 또 생기지 않을까? 

 

사진_이종수(49비주얼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