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이 골프를 하는 이유 [People :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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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이 골프를 하는 이유 [People : 1707]
  • 김기찬
  • 승인 2017.07.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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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이 골프를 하는 이유 [People : 1707]


야구 선수 출신 양준혁은 골프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골프를 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혹시 마음이 끌린다면 이번 기회에 당신도 좋은 일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야구 해설을 시작한 건 은퇴한 이듬해인 2011년부터다. 주위에는 내가 말을 잘하고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원래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단지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 비친 일부 모습만 보고 그런 선입견이 생긴 듯하다. 7년째 해설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사투리 억양은 바꾸기가 힘들다. (물론 그동안 스피치 강사에게 별도의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또 목소리가 얇고 하이 톤이라 해설을 하기엔 부적합하다고 느끼는 시청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야구계는 아직도 보수적이다. 내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도 많다. 내가 특별히 예능 감각이 뛰어나서 출연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야구라는 스포츠를 더 알리고 싶을 뿐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더라도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카메라가 돌더라도 화가 나면 그대로 표출하고 자고 싶으면 잔다. 가식 없는 그런 모습을 시청자들은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요즘 예능 대세라 불리는 서장훈(농구)이나 안정환(축구)을 보면서 우리 야구계에도 그런 인물이 나왔으면 싶다.

2010년에 은퇴를 했다. 당시 은퇴식에서의 입장 수익(3000만원 정도)을 내가 받았다. 나에게는 퇴직금과 같은 돈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전혀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특별한 돈이었고 그걸 의미있게 사용하고 싶었다. 고심 끝에 청소년야구대회를 개최했다. 선수들이 아닌 일반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였다. 약 60개 팀(1500여 명)이 참가했다. 승부가 갈리면서 웃고 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당시 나는 유학을 준비 중이었고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코치 제안도 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아이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청소년야구대회를 계속해서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8회째다.

처음엔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일을 한다’면서도 선뜻나서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도 없다. 청소년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도 찾아가봤지만 오히려 적은 예산에 대한 하소연만 듣고 왔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관련 정책에 배정된 예산이 1년에 얼마인 줄 아는가. 9억원에 불과하다. 놀랍지 않은가. 우리나라 청소년은 그냥 공부만 하라는 말이다. 스포츠를 통해 인성을 배울 수 있다. 선진국은 스포츠 활동을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대학에서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 오로지 공부만 하라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몸과 마음에 병이 들 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7년간 청소년야구대회는 그야말로 방치됐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심지어 야구계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요즘엔 지인들이 내 전화를 피한다. 기부해달라는 부탁 전화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재단을 운영하기가 힘든 건 사실이다. 누가 알아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현재 양준혁야구재단에서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은 약 100명 정도다. 주로 다문화 가정이나 북한 이탈 주민, 취약 계층의 아이들을 선발해 7년째 후원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야구를 가르쳐준다. 그들은 야구를 통해 인성을 기르고 사회성을 배운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재단이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이들도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정기적으로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골드컨트리클럽에서 60개 팀(240명)이 참가하는 자선골프대회를 계획 중이다(인터뷰 이후 5월30일에 재단 기금 마련을 위한 ‘희망자선골프대회’가 열렸다).

나는 야구 선수로서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 특히 재단이 후원하는 아이들에게 말이다. 어려서부터 도움을 받은 아이들은 나중에도 누군가를 위해 살 수 있다. 내가 재벌이라면 모르겠지만 새싹부터 거름을 주고 키워야 하지 않겠나. 처음부터 다 자란 나무를 심을 수는 없다. 재단에서는 한번 후원을 시작한 아이는 커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속해서 관계를 맺는다. 중간에 후원을 중단하면 아이가 더 상처를 받는다. 초등학생 때부터 후원했던 애들이 어느덧 고등학생(3학년)이 됐다. 아이들이 잘 자라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되었으면 한다. 그들이 숲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나는 그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은퇴 이후에 골프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야구 해설과 방송 일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자주 낼 수는 없다. 이승엽, 마해영, 임창용과 함께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레슨도 받지 않고 네 명이 라운드를 함께 나갔는데 그때 일은 정말 캐디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우리 팀에 캐디 두 명이 따라붙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평생 볼만 때려왔던 터라 다들 멀리 날리기는 하는데 이상한 곳으로 보내기만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나는 양쪽 어깨에 부상을 당해 스윙의 가동 범위가 넓지 않다. 그래서 야구 스윙을 할 때도 피니시 자세에서 한쪽 손을 놓는다. 야구 스윙이 인이 박여 골프도 마찬가지다. 어깨가 끝까지 돌지 않아 자꾸 슬라이스가 발생한다. 내가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면 모두들 놀란다. 항상 그 옆 홀을 겨냥하고 서 있기 때문이다. 샷을 하고 나면 그제야 다들 그 이유를 알고 안심한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80야드 정도다. 하지만 슬라이스 때문에 50야드 정도는 손해를 본다.

베스트 스코어는 경북 구미에 있는 선산컨트리클럽에서 기록한 84타다. 그 외에는 모두 90타대를 기록 중이다. 기본적으로 오비를 대여섯 번씩은 내는 것 같다. 나는 야구 선수 시절에 야구장을 넓게 쓰는 스프레이 히터였다. 골프장에서도 페어웨이를 무시하고 코스를 넓게 쓴다. 그런데도 평소에 연습을 하지 않는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야구를 수십 년간 죽기 살기로 했는데 또다시 연습장에서 볼을 치려니까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야구를 재미있게 즐기면서 했다면 아마 골프 실력도 많이 늘었을 것이다.

평소에는 ‘양신골프회(선수 시절 별명이 양신이다)’의 멤버들과 골프를 즐긴다. 재단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기업인들이 대부분이다. 골프를 매개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재단 후원에도 관심이 생기게끔 한다. 나는 야구와 방송 그리고 골프를 할 때도 항상 아이들을 생각한다. 그들이 엇나가지 않고 훌륭한 인성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때까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내가 골프를 하는 이유다.

Yang Jun Hyuk 양준혁 / 48세 경력 삼성 라이온즈(1993~1998), 해태 타이거즈(1999~2000), LG 트윈스(2000~2001), 삼성 라이온즈(2001~2010), (현) MBC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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