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무상의 퍼팅 [Lesson Tee :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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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념무상의 퍼팅 [Lesson Tee : 1707]
  • 김기찬
  • 승인 2017.07.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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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념무상의 퍼팅 [Lesson Tee : 1707]
무념무상의 퍼팅 백발백중 퍼팅을 위한 준비. 글_조던 스피스(Jordan Spieth) / 사진_월터 아이우스 주니어(Walter Ioose Jr.)  

6m 퍼팅을 세 번 연속 성공했을 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번번이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퍼팅이 아주 순조로울 때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설명할 수 있을 만한 용어가 떠올랐다. 블랙아웃. ‘블랙아웃’ 상태일 때 내 머릿속에는 셋업이나 스트로크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 심지어 속도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 스탠스에도 부담을 가하지 않고 자세를 억지로 조정하지도 않는다. 그냥 볼 앞에 서는 순간 편안함이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건 선명한 퍼팅 아크뿐이다. 예를 들어 30cm 정도 휘어지는 3.6m의 완만한 퍼팅을 앞뒀다고 생각해보자. 볼이 지나가는 경로만이 뇌리에 각인될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스트로크는 그 경로를 실행하기 위한, 볼이 그 경로를 따라 굴러가게 하기 위한 반응에 불과하다. 이게 다 무슨 얼빠진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나 역시 아무리 원한다 해도 늘 블랙아웃 상태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설명했지만 그런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내가 그 상태에 이를 수 있었던 방법을 보여줄 수는 있다. 어쩌면 여러분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정리_맥스 애들러(Max Adler)  



  라인 읽기

퍼팅 라인을 읽을 때는 블랙아웃과 거리가 멀다. 예리하게 라인을 살핀다. 그 과정은 3단계로 이뤄진다. 첫째, 볼 뒤에서 라인을 읽는다. 둘째, 퍼팅 라인의 낮은 쪽을 따라 걸으면서 속도를 가늠하는데, 그래야 경사를 파악하기가 수월하다. 셋째, 컵 뒤로 걸어가서 다른 시점으로 라인을 판단한다. 라인에 대해 확신이 서면(그러면 방향과 속도를 알 수 있으니까) 어드레스를 한다. 나는 늘 라인과 직각이 되는 지점의 뒤쪽에서 볼에 다가가는데, 이때는 앞 페이지의 사진에서처럼 퍼터 페이스를 왼손으로 가볍게 쥐는 게 내 습관이다. 이렇게 늘 똑같은 방법으로 어드레스를 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한 가지만큼은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대타 투입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캐디 가운데 상당히 뛰어난 골퍼가 많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늘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내 캐디인 마이클 그렐러(Michael Greller)의 핸디캡은 6~7정도인데, 대회 일정 때문에 좀처럼 플레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대단한 실력이다. 게다가 그는 집에 있을 때도 어린 자녀를 돌보느라 바쁘다. 예를 들어 화요일이나 수요일의 연습 라운드에서 내기를 할 경우, 선수가 버디 퍼팅에 실패하면 거의 캐디가 같은 퍼팅을 시도한다. 즉, 내가 퍼팅에 실패하더라도 마이클이 성공하면 우리 팀은 버디를 기록한 게 된다. 재미있는 역할 바꾸기 게임이고 내기에서 단 돈은 당연히 나눠 갖는다.

 

루틴

제일 중요한 건 퍼터가 겨냥하는 지점이다. 에이밍이 거의 완벽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라도, 심지어 우연이라도 절대 블랙아웃 상태에 빠질 수 없다. 나는 우선 오른손만으로 퍼터를 쥐고 셋업한다. 여기서 강조해야 할 점은 몸을 퍼터의 위치에 맞추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왼손을 오른손 아래에 대고 크로스핸드 그립을 쥔다.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느낌이 들어야하므로 체중은 양쪽 발에 고르게 분산하고 어깨는 평행이 되게 한다. 연습 스트로크를 두 번쯤 하거나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는 건 퍼터를 약간 앞으로 밀면서 (손잡이를 타깃 방향으로 아주 조금만 기울인다) 스트로크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는 행동이 내게는 방아쇠이자 블랙아웃에 진입하는 '큐' 사인인 셈이다.

 

굴리기

PGA투어 대회에서 연습 그린에 가보면 대부분은 어느 선수의 퍼팅이 호조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피니시만 보면 모든 걸 알 수 있다. 퍼팅이 잘 되는 선수들은 임팩트 구간에서 가속이 붙기 때문에 피니시에서 퍼터 헤드와 타깃 쪽 어깨가 앞쪽으로 낮게 마무리 된다. 심지어 짧고 부드러운 퍼팅에서도 공격적인 스트로크는 바로 드러난다. 반면에 그저 퍼팅이 들어가기만 바라는 선수들은 임팩트 이후에 퍼터 헤드와 타깃 쪽 어깨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볼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그걸 보기 위해 뒤로 몸을 기울인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스트로크를 하는 동안 퍼터 헤드를 낮은 위치에서 강하게 마무리하자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블랙아웃 상태일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건 오랫동안 점진적으로 준비를 하다 보면 문득 도달하게 되는 상태다. 물론 가끔은 아무런 준비 없이 빠져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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